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최저임금 인상 역효과 막아야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7 16:57

수정 2017.12.07 16:57

[기자수첩] 최저임금 인상 역효과 막아야

인상률 16.4%, 시간당 7530원인 내년 최저임금 시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전국 곳곳의 경비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사업주 등이 대량 감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아파트에서는 주민을 상대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경비원 감축 혹은 무인경비 도입 등을 옵션으로 한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이런 움직임에 반발해 경비원 완전고용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수 사례일 뿐 대다수 아파트 주민들은 경비원이 바뀌든 말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경비원 임금이 오르면 관리비도 더 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는 주민들도 있다.

이에 서울 지역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처우개선 추진위원회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국 경비원 1만715명이 해고 위기에 놓였다고 추산하고 있다.
추진위는 아파트 경비원 수를 서울 3만5000명, 전국 18만명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각종 빌딩과 학교를 지키는 이들을 합치면 경비원 수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어디 경비원만의 문제이겠는가. 경비원과 함께 일하는 환경미화원도 해고 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매년 이들은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일자리를 잃을까봐 긴장하는데 올해는 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대폭 인상됐기 때문이다. 추진위 등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사업주의 각종 꼼수다. 경비원의 휴식시간을 늘리는 대신 업무시간을 줄이거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비원을 내보내는 대신 이들의 공백을 메울 새 경비원을 채용하지 않는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할 수 있다. 노조에 속한 경비원들도 이런 꼼수를 걱정하고 있는 판에 노조가 없는 경비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이 올라간 만큼 업체가 근무시간을 줄여버리면 결과적으로 경비원의 수입은 전년과 다를 게 없다. 또 직원들이 계약만료로 나간 뒤 충원이 되지 않으면 개인당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 생활의 질을 보장.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그 취지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고용노동부의 집중 감시가 필요하다. 관련법 미비로 고용노동부가 조치를 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도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정책이 역효과를 불러오지 않고 원래 취지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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