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日서 본 한국의 '외국인 고용허가제'


일본은 일할 사람이 없다. 앞으로는 더 없어질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2018년부터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추세라면 현재 120만명인 만 18세 인구는 2030년 103만명으로 줄어든다.

일본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모시기 바쁘다. 출퇴근시간의 자유를 허락하고 야근을 금지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퇴근시간에 영화 '록키' 주제곡을 트는가 하면 드론을 날리며 퇴근을 장려하는 기업까지 등장했다.

상황이 이러니 일본 기업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회사 앞 편의점이나 우동가게만 가도 외국인 알바생들이 어눌한 일본어로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를 외치는 장면을 이젠 쉽게 볼 수 있다.

일본 프랜차이즈 체인협회는 지난 5일 내년 1월에도 '외국인 기능실습제도' 대상 직종에 편의점 업무를 추가해달라고 후생노동성에 요청했다. 편의점의 실질적 소유주인 대기업들은 "편의점의 해외진출을 위해 해외 점포 운영을 담당하는 외국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절대 일손 부족 대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기업들은 왜 뻔히 보이는 이런 핑계를 대야 할까. 이유는 일본의 '외국인 기능실습제도'에 있다. 외국인 기능실습제도는 개발도상국의 인력을 키워주기 위해 일본이 마련한 특별법으로 최장 5년까지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제도다. 실습생은 노동기준법이 적용된다. 2016년 말 기준 약 23만명의 기능실습생이 일본에 있다.

'기술 이전'이라고 허울 좋게 포장돼 있지만 사실 '값싼 노동력' 확보가 주목적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법의 취지에 맞게 정부에 요청할 수밖에 없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의 '외국인 고용허가제(EPS)'가 부럽다. 외국인의 단순 노동을 그 자체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해외 인재의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한국의 EPS는 1개월 이상 내국인을 고용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래도 채용하지 못하면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허용된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의 EPS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1월 20일 안양시 소재 소·돼지를 취급하는 육류가공회사를 직접 찾았다. 관심이 높다는 증거다. 신문은 "외국 노동력 유입의 선진적인 제도로 일본이 주목하는 제도가 한국에 있다"고 한국의 EPS를 소개했다.

일본이 한국의 EPS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외국인 노동자들 처우가 일본보다 더 좋기 때문이다. EPS에선 정부가 외국인 신규고용의 상한선을 정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는 올해 약 3만명. 사택이나 식사 제공 유무, 거주환경, 일손 부족의 절박성 등을 기준으로 상위 기업에만 고용이 허용된다. 이것이 외국인 근로자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EPS는 유엔 등에서도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며 "국제적인 인력 조달 경쟁이 일어나도 한국이 뽑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어떤 법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 법이 나쁜 게 아니고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나쁜 것이다. 일본이 부러워하는 한국의 EPS도 악용된 사례가 적지 않다. 네팔에서 온 27세의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의 악덕업주를 만나 자살한 사건이 있는가 하면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보험을 들어주지 않는 야박한 한국인 사장님 얘기도 들린다.


한국 취업준비생들은 최근 심화된 '취업난'으로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들을 해외로 보낼 때 모두 "몸 건강해라"를 인사로 건넨다. 외국인 노동자 200만명 시대. 내 자식이 귀하듯 남의 자식도 귀하다는 기본적인 덕(德)이 필요하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도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