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여의도에서] 서울시의 도시외교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8 17:22

수정 2017.12.08 17:22

[여의도에서] 서울시의 도시외교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모임에서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3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서울시청 기자실 체육대회가 끝난 뒤 만찬장에서 이를 공식 밝혔다. 그는 "내년에 꼭 다시 보자"며 선거 출마에 강한 여운을 남겼다. 현재 박영선 의원 등 당내 경쟁자로 떠오르는 인물들을 선제적으로 제압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였다.

그동안 그는 특히 기자들 앞에서 3선 출마와 관련, 명확하게 출마 여부를 밝힌 적이 없었다. 3선에 대한 강한 애착과 서울시 행정의 일부 성과를 더욱 발전시키고 공과를 시민에게 평가받겠다는 강한 의지를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난 6년간 서울시정을 이끌었던 박 시장의 공과는 어떠할까.

대표적으로 노량진 수해참사, 중앙정부보다 앞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선제적 대처, 구의 전철역에서 한 젊은 알바생의 죽음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슈선상에 올랐던 정책은 기대와 달리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의외다. 청계천 등 토목공사 위주의 정책을 벌였던 전임자들과 달리 소프트하고 시민참여를 높이는 소프트웨어적 정책개발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전시성보다는 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감과 혁신', 이 두 가지 키워드가 그의 정책의 핵심 포인트다.

통상 지자체장의 정책은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는 매우 어렵다. 이렇다보니 제대로 된 정책도 어떤 상황에서는 왕왕 저평가되는 일이 벌어진다. 노량진과 구의역 사고 대처는 안타까운 정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메르스 대응에는 긍정적 반응이 많다. 박 시장의 도시외교 정책도 그중 하나다. 통상 이런 정책은 양자 간 의례적 방문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박 시장이 추진하는 도시외교 정책은 결이 달랐다는 느낌을 준다.

서울은 세계 어느 선진도시보다 도시개발 노하우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서울이 세계 최고의 도시는 물론 신흥개발국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박 시장이 직접 세계 도시를 뛰어다니며 마케팅한 결과물이다. 세계 행정시장(行政市場)에서 서울의 우수행정을 수출상품으로 바꿔 국내기업에도 수출을 견인시키는 효과가 나오는 것도 고무적이다.

서울의 대표적 수출상품은 △청계천이 서울 최고의 관광상품이 된 배경 △콩나물 시루와 같았던 서울 시내버스 △지옥철이던 서울 지하철 △카드 한 장으로 이뤄지는 교통카드시스템 △상하수도 정책 등 즐비하다.

이처럼 서울의 행정상품들이 세계시장으로 확대되면 국내 관련기업 주가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교역패턴도 정부 대 정부 간 무역거래가 국내기업 대 해외정부 또는 국내기업 대 해외기업으로 교역파트너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국내 기업의 외화 획득을 직접 주선하고 있는 사례도 풍부하다. 더 흥미를 끄는 점은 박 시장의 도시외교 비즈니스 플랫폼이 부수적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도시 간 교역 과정에서 도시 정상 간의 만남을 넘어 상대국 정상까지 두루 접촉하는 도시외교의 성공 모델을 세웠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서울시는 여기에 안주해선 안 된다. 세계 7000여개 다국적기업을 자국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싱가포르는 아직 우리가 넘기에는 벅찬 상대다.
이를 이겨야 최고다.

dikim@fnnews.com 김두일 정책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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