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현대차 꼼수파업, 망해봐야 정신 차릴까

나흘째 파업 중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8일 다음주에도 파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노조는 이번에 완성차와 엔진.변속기 등 부품 생산공장을 번갈아 세우는 순환파업 방식을 동원했다. 특정 공장의 파업으로 다른 공장 라인까지 중단시킴으로써 생산에 타격을 가하자는 것이다. 또 평일근무보다 임금이 1.5배 할증되는 휴일근무는 유지키로 했다. 파업은 파업대로 하고 임금은 제대로 챙기겠다는 꼼수파업이다.

회사가 수출.내수.생산 감소로 총체적 위기지만 연봉 1억원에 육박하는 철밥통, 귀족노조는 제 밥그릇만 챙기려 한다. 현대차 노조는 31년간 439차례나 파업했다. 이로 인한 매출 차질은 20조원에 달한다. 올해만 벌써 11번째다. 협력업체들과 소속 근로자들은 죽을 맛이다. 불황으로 일감은 크게 줄었는데 생산라인마저 멈춰서면 경영난은 가중된다.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최근 3년간 약 2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국제너럴모터스(GM)는 철수설이 끊이질 않는다. GM은 최근 유럽에 이어 인도 및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이런데도 노조는 올해 협상에서 회사 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낮은 생산성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영국 국제무역부가 자동차를 만드는 25개국의 경쟁력을 비교한 보고서는 새롭지도 않다. 영국 정부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전체적으로는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34개 항목 중 5개 분야에서 1등을 했다. 주로 연구개발(R&D) 분야다. 하지만 노동경쟁력 지표는 꼴찌 수준이다. 노사협력, 노동유연성, 1인당 생산성 등 여섯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노동경쟁력에서 한국은 25개국 중 24위로 최하위권이다. 고용.해고 관행이나 정리해고 비용 등을 감안해 평가하는 노사협력은 나이지리아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이지리아는 10여년 전 잦은 파업으로 공장가동률이 낮아지자 현지 합작사들이 줄줄이 짐을 쌌던 나라다.

1996년 현대차 아산공장 이후 22년간 한국에 단 1개의 자동차 생산공장도 들어서지 못한 게 다 이유가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성장과 수익성이 둔화되는 증세를 겪고 있다.
고도성장기에야 과격한 노조 파업도 견딜 수 있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노조는 전혀 위기의식이 없다. "망해봐야 정신 차린다"는 이상범 전 노조위원장의 쓴소리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