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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간평가 잣대 앨라배마 보궐선거 향방은..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0 15:26

수정 2017.12.10 15:26

선거 D-1..상원 표결-트럼프 어젠다에 큰 영향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앨라배마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다 트럼프 행정부 법무장관으로 입각한 제프 세션스의 후임을 선출하기 위한 보궐선거(현지시간 12일)가 연말 미국 정국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앨라배마 보궐 선거는 향후 상원의 표결과 트럼프 행정부의 중요 어젠다 추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중간 평가라는 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공화당의 전통적 우세 지역인 앨라배마에서 실시되는 이번 선거는 주 대법원장을 지낸 공화당 로이 무어 후보가 과거 여러 여성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성 접촉을 시도했다는 의혹과 폭로가 쏟아지면서 한때 민주당 더그 존스 후보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점쳐졌었다. 그러나 의혹의 당사자인 무어가 자신을 향한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는 가운데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의 무어 후보 공개 지지 이후 무어의 반등세는 힘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 스트리트 저널 등 주류 언론과 분석가들은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박빙으로 내다본다. 최근 여론 조사들 역시 기관별로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보궐선거의 일차적 관심사는 현재 52대 48인 공화당의 상원 우세 구도 유지 여부다. 공화당 감세안이 얼마 전 상원을 51 대 49로 간신히 통과했고, 오바마케어 폐지안이 상원에서 몇몇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번번히 부결됐음을 감안할 때 공화당으로서는 지금 의석 하나 하나가 더없이 소중한 상황이다. 세제 개혁의 최종 마무리, 이민 정책 강화, 대외 통상협정 재협상, 인프라 지출 확대 등 앞으로 추진될 트럼프의 정책 어젠다들은 의회 지원 없이는 성사될 수 없다. 트럼프가 개인적으로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며 주요 정책 추진을 위한 상원의 수성 필요성을 무어 지지 명분으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본인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는 무어가 패배할 경우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올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반대로 무어의 승리는 트럼프의 입지를 다져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 대표와 폴 라이언 하원 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로부터 버림 받고 중앙당의 자금 지원 마저 끊겼던 무어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그 공은 상당 부분 트럼프에게 돌아가야 한다. 공화당이 지난달 민주당세가 강한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충분히 예상됐던 결과며 일정 부분 트럼프에 대한 실질적 중간 평가로 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공화당의 전통적 텃밭인 앨라배마에서 트럼프가 공개 지지한 후보가 패배한다면 2018년 의회 중간 선거와 2020년 대통령 재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트럼프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미국 사회에서 거세게 불붙은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보수색채가 강한 남부지역 선거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도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다.
지난주 앨 프랭큰 상원의원(민주, 미네소타), 존 코니어스 하원의원(민주, 미시건), 트렌트 프랭크스 하원의원(공화, 아리조나) 등 3명의 의원들이 섹스 스캔들과 관련해 자진 사퇴를 선언했을 정도로 지금 미국 사회는 미투 운동의 열풍에 휩싸여 있다. 성추문의 또 다른 당사자인 무어의 당락은 미투 캠페인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속내를 엿보게 해줄 좋은 기회다.
무어가 유권자들로부터 면죄부를 받게 될 가능성은 물론 배제할 수 없다.

jdsm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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