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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제도권 진입한 비트코인, 규제 신중하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0 17:01

수정 2017.12.10 17:01

美 시카고거래소 실험 시작.. 상황 보아가며 대응이 현명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암호화폐.가상화폐)가 나라 안팎에서 연일 화제다. 미국에선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했다. 경쟁자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18일부터 비트코인 선물을 상장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이달초 두 거래소가 비트코인 선물을 거래할 수 있도록 승인을 내줬다. CBOE.CME는 세계에서 가장 큰 파생상품 거래소다. 투자자들은 두 거래소가 정한 규칙에 따라 비트코인 선물을 사고 팔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비트코인은 제도권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1975년 설립된 CFTC는 미국 연방정부 산하 기구다. 상품거래법(CEA)에 근거를 둔 CFTC는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목적이다. 투자자를 사기.조작 등에서 보호하는 일도 한다. 그런 CFTC가 비트코인 선물 상장을 허용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미국은 혁신을 존중하는 풍토가 강하다. 그 덕에 아마존, 우버, 페이스북, 테슬라 같은 혁신기업이 끊임없이 나온다. 혁신이라는 잣대로 보면 비트코인은 일종의 통화혁신상품이다. CFTC는 이런 시각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허용한 듯하다.

이와는 달리 한국은 가상통화 거래에 재갈을 물리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럴 만도 하다. 시장이 지나치게 팽창했다. 주부들까지 뛰어든 투기판으로 전락했다. 이낙연 총리가 지난달 '심각한 왜곡.병리현상'을 우려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지난 주말엔 정부가 가상화폐의 국내 거래소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때 2400만원을 웃돌던 1비트코인당 가격은 1400만원대로 급락했다. 이는 가상통화 시장이 얼마나 불안정한 상태인지 보여준다. 법무부가 주도하는 가상통화 태스크포스(TF)는 조만간 대응책을 내놓는다.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시기는 좀 더 미뤘으면 한다. 미국 CBOE.CME 거래를 지켜본 뒤 결정을 내리기를 권한다. 서두르다 자칫 정부가 기존 규제를 앞세워 혁신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을까봐서다. 공유경제 혁신을 일으킨 우버는 끝내 국내 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했다. 국내 기득권층이 반발했고, 정부는 현행 법과 제도를 앞세워 기득권 편에 섰다. 혁신은 종종 초기 혼란을 초래한다. 이럴 때 정부는 중립적인 태도가 적당하다.

가상통화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널리 통용되는 디지털 화폐가 될 수도 있고, 400년 전 튤립 거품처럼 한순간에 꺼질 수도 있다.
마침 미국이 비트코인을 대상으로 제도권 흡수 실험에 나섰다. 우리로선 다행스런 일이다.
그 결과도 보지 않고 섣불리 결론을 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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