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금융지주 경영권 승계, 자율이 최상책

美선 실적이 연임 좌우.. 당국 가타부타 말아야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 같은 금융지주사 지배구조를 손보려 한다. 금융위원회는 10일 금융그룹감독혁신단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혁신단엔 감독제도팀과 지배구조팀을 둔다. 이 중 지배구조팀이 눈길을 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CEO(최고경영자)가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며 "유력한 승계 경쟁 후보가 없는 것도 논란"이라고 말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지주사의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이 허술한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른바 '셀프 연임' 논란이다. 혁신단 설치는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핵심은 4대 금융지주사의 경영권 승계다. 신한금융지주는 연초에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뽑았다. 우리은행은 관치 논란 끝에 이광구 행장이 자진사퇴하고 손태승 우리은행 글로벌부문장을 차기 행장으로 내정했다. KB금융지주는 노조의 반대를 뚫고 윤종규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3연임에 도전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뿐이다. 김 회장은 내년 3월 2차 임기가 끝난다. 자연히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김 회장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금융위는 두 가지 측면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먼저 성급하게 군다는 인상을 준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에서 승계를 둘러싼 CEO 리스크가 불거졌다. 그 대응책으로 정부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을 만들었다. 법은 이사회의 구성과 운영, 사외이사 숫자,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까지 자세히 규정한다. 이 법은 줄잡아 5년에 걸친 긴 논의 끝에 국회를 통과(2015년 7월)했고, 작년 8월부터 시행됐다. 금융지주사들은 이제 막 새로운 법에 적응하는 단계다. 지배구조에 또 손을 대기보다는 좀 더 지켜보면서 기회를 주는 게 순리다.

다른 하나는 연임을 보는 시각이다. 법이 허용하는 한 연임 횟수는 해당 금융사에 맡기는 게 옳다. 신한.KB금융.하나금융지주는 100% 민간기업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70%를 넘나든다.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할 자격이 없다. 세계 최대 금융그룹인 JP모간체이스를 이끄는 제이미 다이몬 CEO 겸 사장 겸 회장은 지난 2006년부터 11년째 회장직을 수행 중이다. 씨티그룹의 전성기를 이끈 존 리드 회장은 16년간(1984~2000년) 재임했다.

임추위가 새 회장 후보를 고르면 이사회를 거쳐 주주들이 주총에서 확정한다.
실적이 나쁘면 연임이 불가능하다. KB금융 윤종규 회장은 좋은 실적 덕에 주총에서 98.85%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의 3차 연임도 시장에 맡기는 게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