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한국영화가 외면받는 이유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1 17:07

수정 2017.12.11 17:07

[기자수첩] 한국영화가 외면받는 이유

"조폭영화 아니면 억지 신파영화만 하니까 영화에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 CGV가 20대 대학생을 대상으로 영화와 영화관에 대한 이미지 조사를 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국내 영화산업이 위기다. 2013년 관객 2억명을 처음 돌파한 이후 5년째 관객 수는 제자리다. 지난 3~4년간 세월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촛불집회 등 외적 요인에 의한 영향이 컸다면 올해는 좀 달라야 하는데 오히려 관객 수가 줄었다. CGV 조사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으로 총관객 수는 87만명이 줄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0만 영화는 '택시운전사' 한 편뿐이다. 그렇다고 300만 이상 '중박' 영화가 많이 나온 것도 아니다.

이유는 다양하다. 일단 인구가 줄었고, 영상미디어를 접할 수 있는 채널도 늘었다. 영화가 최고의 오락거리였던 예전과 달리 놀거리가 많아진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극장업계가 특히 위기감을 느끼는 부분은 핵심 고객층인 20~30대 관객의 이탈이다. 가장 영화를 많이 봤던 연령층이 더 이상 영화관을 찾지 않는다는 거다. 미래고객인 10대 비중도 줄었다. 이들은 더 이상 한국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이들이 한국영화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르적 진부함이다. 올해 흥행한 한국영화 20편의 장르를 따져봤더니 범죄액션 영화가 11편이었다. 그중 젊은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낸 영화는 '범죄도시' 정도다.

억지 신파는 어떨까. 한국영화 대부분에는 "울어라, 이래도 울지 않을 텐가"하는 식으로 관객의 눈물을 자극하는 장면이 하나씩은 있다. 눈물은 흐르지만 감동은 없는 그런 상황이 되풀이되면 자연 '억지 신파'라는 말이 나온다. 영화 관련 게시판에는 "다 된 영화에 '신파' 뿌리기" "한국영화의 관습적 신파 코드"라는 비아냥이 떠나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너무한다 싶은 신파 코드를 담은 영화 몇 편을 바로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다.

올해 20대 관객이 가장 많이 찾은 영화가 '겟 아웃' '23아이덴티티' '장산범' 등 신선한 소재의 작품이었다는 점을 충무로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미 관객의 수준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수십, 수백억원 들여가며 물량공세를 펼치기보다 다양한 스토리와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갖춰야 젊은 관객이 다시 영화관을 찾지 않을까.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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