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비트코인 광풍] "에이, 설마…" 정부 규제 공언에도 가상화폐 투자열기 후끈

최재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2 17:32

수정 2017.12.12 17:32

5일새 1천만원 넘게 등락.. 美.日선 거래 제도화 움직임
전세계적으로 열기 뜨거워.. 韓규제예고 '깜짝 발언' 불과
#. 자영업자 서모씨(29)는 최근 들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거주하던 집의 보증금과 신용대출 등을 통해 마련한 4000만원을 비트코인에 '올인'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7000만원까지 치솟았던 서씨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1일 40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12일 오전 11시 기준 다시 본전을 회복한 서씨는 다시 한번 상승세가 몰아치기를 고대하고 있다.
금융당국 규제예고에도 비트코인 '꿋꿋' 12일 오후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 한 외국인이 비트코인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전날 금융 규제당국 수장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현·선물 거래에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쳤지만 가격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연합뉴스
금융당국 규제예고에도 비트코인 '꿋꿋' 12일 오후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 한 외국인이 비트코인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전날 금융 규제당국 수장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현·선물 거래에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쳤지만 가격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열풍' 수준을 넘어 '광풍'이다. 2017년 겨울 대한민국을 강타한 암호화폐의 바람이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

암호화폐 중 최대 액수 및 거래규모를 자랑하는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5일 사이 1000만원 넘는 등락폭을 보였다. 개당 가격이 2500만원과 1400만원 사이를 오르내리며 투자자들이 마음을 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투자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후회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전세자금,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을 통해 투자자금 마련에 나선 이들이 늘고 있다. 직장인과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생과 은행원까지 그 면면도 다양하다.

최근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거래 규제에 대한 의중을 내비쳤지만 투자자 사이에서는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완전 금지도 아닐뿐더러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암호화폐 거래시장이 한국 정부의 규제만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에서다.

■전셋값부터 마이너스통장까지

직장인 전모씨(32)는 최근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비트코인 성공담'에 이 순간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씨는 "2010년만 해도 1만 비트코인이 피자 두 판 가격이었다고 하는데 지금 1만 비트코인이면 1500억원"이라며 "하루하루 고민할 때마다 코인 가격이 몇 십, 몇 백만원씩 뛰었다. 지금이라도 탑승해야 한다고 생각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20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다.

또 다른 암호화폐 투자자인 신모씨(28)는 국내 시중은행에 다니는 속칭 엘리트 직장인이다. 그는 비트코인이 아닌 아인스타이늄, 라이트코인, 이더리움 클래식 등의 '마이너' 암호화폐에 자금을 나눠 투자하며 자기 나름의 분산투자를 했다. 신씨는 "사실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게 불법이 아닌데도 직장 동료들에게 떳떳하게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고 밝히기는 꺼려진다. 등락폭이 워낙 커 투자라기보다는 투기라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금융업 종사자인 만큼 분산투자를 해봤는데 오히려 각각의 시세를 확인하느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만 해도 700만원가량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최고가격 2500만원을 달성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급등세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겠다고 나섰고, 언론에서 경각심 고취를 위한 보도를 연일 쏟아냈지만 투자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그때 비트코인 살걸,이라고 생각했을 때 살걸…' 등과 같은 우스갯소리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모든 투자가 그렇듯 '상승'이 있으면 '하락'이 있다는 점에 있다. 암호화폐의 가파른 상승세 이면에는 무서운 하락세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8일 2490만원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1개 가격은 이틀이 지난 10일 오후 1시30분 1439만원까지 떨어졌다. 개당 가격으로 1000만원 넘는 액수, 43% 넘는 하락폭을 이틀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기록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쉽게 발을 빼지 못하는 투자자도 부지기수다.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을 일명 '물렸다'고 표현한다. 2000만원을 투자해 코인을 구매했다가 일시적 상승세 이후 대폭 하락하며 '본전만이라도 건지겠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 식이다. 지난 9일 2100만원에 비트코인을 구매한 한 투자자는 "1400만원대까지 떨어졌을 때는 잠이 오질 않더라. 설령 잠이 들어도 코인 가격이 떨어지는 악몽을 꿨다"면서도 "그래도 곧 올라갈 거라는 믿음이 있다. 2000만원대에 물려있는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만든 단체 카카오톡 '존버(X나 버티기)방'에서 곧 오른다는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지적에도 '에이, 설마'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1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 거래 전면금지를 포함해 어느 수준에서 규제할 것인지 논의 중"이라며 "절대 거래소 인가나 선물 거래 도입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아직은 괜찮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21%가 원화로 거래될 만큼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 규모가 커졌고, 미국과 일본 등에서 거래를 제도화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 위원장의 발언이 보도된 직후인 오후 1시를 기점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200만원 가까이 떨어졌지만, 이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화폐가 가진 실제 가치가 아니라 철저히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암호화폐 가격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정부의 규제 예고가 투자자들에게는 '깜짝 발언'에 불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선물시장에 비트코인이 진입한 것도 투자자들의 버티기를 돕는 데 한몫했다.

지난 11일 오전 8시부터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비트코인이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날 비트코인은 두 차례의 서킷브레이커(매매 일시 중단제도)를 발동시킬 만큼 인기리에 거래됐다. 이날 24시간 동안 비트코인 선물 가격은 18% 상승했다.


비트코인 투자자 서모씨는 "정부의 규제 발언으로 가격이 일시적으로 떨어졌지만 이내 이전 가격으로 회복했다"며 "미국 선물거래소에서 거래 첫날부터 서킷브레이커를 두 차례나 발동시킬 만큼 열기가 뜨거운데 한국 정부의 규제 예고만으로는 쉽게 열풍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