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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사드 일절 언급 안한 채 "한중은 '한 배를 탄 관계'"...3과 8로 제시한 숫자외교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3 19:00

수정 2017.12.13 19:00

【베이징(중국)=조은효기자】 13일 오후 중국 정부가 국빈을 맞이할 때 사용되는 조어대(청와대 영빈관격).

한국과 중국 기업인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 현장에서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를 한 마디로 '동주공제(同舟共濟·함께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로 표현했다. 한·중이 한 배를 탔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25년을 향한 한중 경제협력 방향'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중국이 번영할 때 한국도 함께 번영했고, 중국이 쇠퇴할 때 한국도 함께 쇠퇴했다"는 말로 한·중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란 단어는 일절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최근 양국관계에 어려움이 있었으며, 특히 경제인들의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고 에둘러 중국의 사드보복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는 경제협력을 통해 현재 불완전하게 봉인된, 이번 방중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정치문제, 즉 사드갈등을 돌파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올해 양국 수교 25주년을 맞아 새로운 25주년을 향한 한·중 경제협력 3대 원칙과 8대 협력과제를 제시했다.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한 한국 측의 구상을 먼저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3과 8은 각각 한중이 좋아하는 숫자 조합이다. 양국이 선호하는 숫자조합을 통해 중국에 먼저 나가서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측이 사전에 이번 방중의 콘셉트으로 밝힌 '진심 외교'의 일환으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숫자 8(八)이 '부(富)를 얻는다'는 의미가 있어 (중국에서)사랑받는 숫자라고 들었다"며 "한·중 협력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8가지 협력방향'을 생각해봤다"고 설명했다.

3대 원칙은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 강화 △미래지향적 협력 △사람중심 협력을 말한다. 이는 다시 8가지 협력과제로 구체화된다. 제도적 기반 강화란,한·중 자유무역협정(FTA)서비스·투자부분 협상 개시, 한·중 경제장관 대화 및 철강·반도체 등 민간협의체 활성화 등의 과제로 요약된다.

미래지향적 협력이란, 새로운 산업구조개편에 맞춰 고부가 소비재 및 서비스분야로 교역의 축을 옮기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미래 신산업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과 혁신 경제성장에 나서고 있는 한국과 신창타이(뉴노멀) 시대에 대응해 '대중창업(大衆創業), 만중창신(萬衆創新)'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공통점을 언급하며, "지난 해 양국의 민관이 공동 출자한 1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양국 기업의 상호 투자 확대와 혁신적 창업과 벤처기업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동북아 슈퍼그리드와 같은 초국가적 광역 전력망을 연계 사업,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 인프라 사업에 대한 제3국 공동진출, 문화 콘텐트 교류 정상화 등을 주요 협력사업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의 대중국 경제외교는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방중 이틀째인 14일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참석, 한·중 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체결, 이어 방중 셋째날인 15일 리커창 국무원 총리와의 면담, 시진핑 국가주석의 '일대일로'구상의 거점인 충칭에서의 천민얼 당서기와의 오찬, 현대자동차 제5공장 방문 등으로 3박4일간 전방위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사실상 이번 방중의 제1의 목표가 실질적인 한·중 경제협력 정상화에 맞춰져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사람 중심 경제',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을 기치로 내세운 한국과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을 내건 시진핑 주석간 경제철학이 유사하다고 밝혔다.
공통의 철학을 기반으로 사드를 넘어 새로운 협력관계를 도출해 낼지는 14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그에 대한 답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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