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국정기조 정하고 朴 일정 챙긴 최순실"..법정서 공개된 '정호성 녹음파일'(종합)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3 16:48

수정 2017.12.13 16:48

최순실 씨가 13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관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순실 씨가 13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관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 운영에 개입한 대화가 담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 파일에는 최씨가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기조 선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정 등 청와대 업무에 관여한 정황이 포함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최씨의 속행 공판을 열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정 전 비서관의 대화내용, 최씨와 정 전 비서관 사이의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담은 녹음파일 등에 대한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 재생된 녹음파일에는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기조를 놓고 세 사람이 의논하는 과정이 공개됐다.


녹음파일 내용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경제부흥'이라는 단어를 선생님(최씨)께서 처음 말씀하셨는데, 한동안 많이 안쓰던 단어인데 처음에 이렇게 딱 보니까 먹힐거 같더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문화라는 표현을 안써도 그런 느낌이 오게 뭔가 복지 대신 국민행복을 쓰듯 그런거 뭐하나"라고 하자 최씨가 정 전 비서관에 "한번 좀 찾아 봐달라"고 지시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기조는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기반 구축으로 결정됐다.

검찰은 최씨가 대통령의 일정을 챙긴 내용이 담긴 최씨와 정 전 비서관 간의 통화 내용도 공개했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2013년 10월27일 대통령이 프랑스와 영국 등 해외 순방을 떠나기 전 별다른 일정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마지막 비서관회의를 한번 하던가. 왜냐하면 복지부장관도 새로 선임됐고, 차관도 있으니 당부의 말씀을 하고 가셔야지"라며 "그냥 훌쩍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외국만 돌아다니는 것 같다"며 일정을 잡을 것을 지시했다.

당시는 2013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진 시기로 어지러운 정국을 남겨 놓고 해외를 가는 것보다 출국 전 당부의 말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최씨가 요청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실제로 다음날 청와대는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를 발표했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박 전 대통령이 회의에서 어떤 톤으로 말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도 당부하기도 했다.

이들의 2013년 11월22일 대화에서는 최씨가 이메일을 통해 청와대 문건을 전해 받고, 대통령 말씀자료를 챙긴 정황도 나왔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대수비 때 각 분야에서 이렇게 체크하고, 이런 것을 소상히 문제점을 올려줘"라며 "'내가 이렇게 해준 것에 대해 여러분들이 그 동안 한 해를 넘기면서 노고가 많았다.
그래서 앞으로 차질 없이 서로 독려하면서' 그렇게 해야지 슬쩍 한번 넘기구요"라고 말씀자료를 일일이 살펴보며 수정할 것을 지시했다.

또 최씨는 "메일이 잘 안 열린다"고 말해 이메일을 통해 문건을 받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검찰은 "최씨가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정부 현안에 대해 보고 받으면서 정부 국정목표 수립과정부터 각종 대통령 말씀자료 작성 등 국정전반에 개입한 것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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