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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방중 첫날] 방중 첫날 ‘난징대학살’ 항일역사 되새긴 文대통령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3 17:25

수정 2017.12.13 17:25

‘사드 갈등’ 풀기 ‘신의 한수’ 될까
【 베이징(중국)=조은효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 첫날인 13일 중국민을 향해 난징대학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과거사 직시'와 '성찰 필요성'으로 요약되는 대일 메시지를 던진 건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본격적으로 '균형외교'를 가동시키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과거를 통해 현재의 갈등, 즉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풀겠다는 소위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베이징 도착 직후부터 이어진 재중 한국인 간담회와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두 차례나 난징대학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힌 건 이런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사 문제는 한.중이 공유하고 있는 공통분모다. 문 대통령이 "우리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겪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난징대학살)에 깊은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 "동병상련의 마음"이라고 언급한 것도 현재 첨예한 갈등을 짐짓 누그러뜨릴 수 있는 고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항일독립운동을 펼친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대거 초청한 재중국동포간담회에서 "(항일운동의 동지가 되어준 중국 인민들의 우의가 있었다.
한·중 우호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고 강조한 것도 한.중 간 과거사라는 공통분모를 강조하기 위한 대목으로 비쳐진다. 문 대통령이 노영민 주중대사의 공항영접을 마다하고, 노 대사를 난징으로 급파해 난징대학살 추모 80주년 행사에 참석시킨 것은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 이날 추모식엔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시 주석이 행사에 참석한 건 2014년 이후 3년 만이다.

다만, 대중국 주파수 맞추기를 위한 '대일 메시지'는 중국측이 '중.일 관계개선'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내는 바람에 다소 엇박자를 낸 부분도 없지 않다. 이날 난징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위정성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은 "일본 군국주의로 발생한 전쟁에서 중국 인민뿐만 아니라 일본 인민도 큰 피해를 입었다"며 "양국 국민은 평화를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밝혀 중국이 일본과 관계개선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위 주석은 "올해 중·일 국교정상화 45주년, 내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맞으며 중국과 일본은 양국 인민의 근본이익에서 출발해 평화,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로 나아가며 세대 간 우호를 기반으로 인류평화에 공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난징대학살 80주년인 이날 추모식에 시 주석이 참석하고도 내년 3월 퇴임 예정인 위 주석이 일본에 대해 다소 유화적인 추모사를 한 것은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2014년 시 주석은 첫 국가추모일에 참석, 추모사를 통해 "역사의 범죄를 부인하는 것은 범죄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과거사를 부인하는 일본을 정면 비판한 바 있다.
시 주석 본인의 참석으로 일본에 대해 과거사 반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과 동시에 추모사 연설을 위 주석에게 맡김으로써 일본과 관계를 호전시키겠다는 뜻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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