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변호사 ‘부동산 중개’ 이번엔 유죄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3 17:28

수정 2017.12.13 17:28

트러스트 부동산 대표, 국민참여재판 1심선 무죄
2심선 "무등록 중개 행위" 공인중개사들 민사 준비
변호사와 공인중개사 간 '업역 다툼'의 중심에 섰던 트러스트 부동산의 공승배 대표(46.변호사)가 무죄 판결한 국민참여재판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이 공 변호사 업무를 '무등록 중개행위'라고 판단한 것이어서 부동산 중개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심 재판부 "일부 중개행위 대가"

서울고법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13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공 변호사에 대해 "무등록으로 중개행위를 했다고 인정된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공 변호사 측은 중개업무는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자신은 법률자문료만 받았을 뿐이라며 중개업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않은채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공인중개사 사무소' '부동산 중개' 등 유사 명칭을 쓰거나 중개 대상물을 표시.광고하는 행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재판부는 "트러스트 부동산의 보수는 법률자문을 수행하는 대가로, 매매임대를 알선하는 대가는 0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이 인정된다"면서도 "피고인이 거래 당사자로부터 받은 보수는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일부는 중개행위 대가로 받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러스트 부동산 사이트에는 '최대 99만원 합리적인 중개수수료'라는 광고 문구가 있어 거래 당사자들이 중개행위에 대한 보수를 지급한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며 "법률 자문만 수행한 것은 아니고 거래 조건을 조율하는 등 중개행위 업무를 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유사명칭 사용 혐의에 대해서도 "일반인의 입장에서 피고인이 공인중개사로 오인할 수 있다고 본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또 중개대상물 표시.광고혐의에 대해 전.월세 정보를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한 점을 들어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공 변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트러스트 부동산'이라는 명칭을 걸고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트러스트 부동산은 일반 공인중개사보다 저렴한 최대 99만원을 받겠다고 선언해 차별화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협회는 공 변호사가 공인중개사법을 어겼다며 경찰에 고발했고 공 변호사는 지난해 7월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중개사 "집단 민사소송" vs 트러스트 "상고"

공인중개사 측은 유죄로 뒤집힌 2심 판결에 환영의 뜻을 표시하면서 공 변호사를 상대로 집단 민사소송을 예고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여론을 등에 업고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가 첫째 잘못됐다"며 "2심에서 법리 판단에 의해 500만원 벌금을 선고한 것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멈출 일이 아니라 전체 공인중개사들이 공 변호사를 상대로 위법 사항을 근거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원에 모인 다수의 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은 "10만 공인중개사가 1인당 100만원씩 공 변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공 변호사는 재판 직후 취재진과 만나 "소비자들에게 부동산은 거의 전재산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은 부동산 서비스를 혁신하고 국민의 선택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소비자들 염원을 저버린 것"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트러스트 부동산 측도 유죄 판결 후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권 확보를 위해 상고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트러스트의 업무는 어디까지나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아니라 법률 컨설팅, 상담 대가를 받는 것"이라며 "2심 판결에서도 법률전문가가 중개인들에게 별다른 피해를 끼치지 않았고 오히려 저렴한 수수료를 지급받아 소비자들 이익에 부합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유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판결에 아주 비판적으로 대법원에 당연히 상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파기를 믿는다"며 "대한변협은 공 변호사를 적극 성원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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