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민 나누며 친구가 돼요"… 보육원 청소년 홀로서기 지원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3 17:38

수정 2017.12.13 17:38

때론 친구처럼… 때론 부모처럼… 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 엔젤튜터’
안정된 삶 그린다
만 18세에 자립하는 학생들, 대학 진학이 안전장치 역할
대학생 멘토-멘티 1대 1 구성.. 멘티가 원하는 과목 가르쳐
향상된 삶 꿈꾼다
매 수업마다 함께 진로 상담.. 사회경험 나누며 답 찾기도
아름다운가게 수익금 사용해 지속 가능한 '홀로서기' 도움
아동양육시설(보육원)에서 자라는 청소년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등불을 든 사람이다. 부모 사망, 가난, 폭력 등 어두운 가정사가 있는 보육원 청소년에게는 길잡이가 필요하다. 떨어진 부모를 대신해 삶의 지혜를 나눠줄 멘토다.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는 보육원 청소년과 멘토를 이어주는 '아름다운 엔젤튜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동양육시설(보육원)에서 자라는 청소년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등불을 든 사람이다. 부모 사망, 가난, 폭력 등 어두운 가정사가 있는 보육원 청소년에게는 길잡이가 필요하다.
떨어진 부모를 대신해 삶의 지혜를 나눠줄 멘토다.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는 보육원 청소년과 멘토를 이어주는 '아름다운 엔젤튜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는 '아름다운 엔젤튜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엔젤튜터 사업은 서울지역 아동양육시설(보육원) 중고등학생과 심사를 거쳐 선발된 대학생 멘토가 만나 대학 합격을 목표로 공부한다.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는 '아름다운 엔젤튜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엔젤튜터 사업은 서울지역 아동양육시설(보육원) 중고등학생과 심사를 거쳐 선발된 대학생 멘토가 만나 대학 합격을 목표로 공부한다.

'아름다운 엔젤튜터' 멘토들은 주 2회 90분씩 보육원을 찾아 청소년들을 가르친다. 왼쪽부터 최명근 멘토, 이다정 멘토, 최희영 멘토.
'아름다운 엔젤튜터' 멘토들은 주 2회 90분씩 보육원을 찾아 청소년들을 가르친다. 왼쪽부터 최명근 멘토, 이다정 멘토, 최희영 멘토.

엔젤튜터 사업은 올 8월 시작해 5개월째 이어졌다. 서울지역 보육원 중고등학생과 심사를 거쳐 선발된 대학생 멘토가 만나 대학합격을 목표로 공부한다.

보육원 청소년이 성인으로 홀로 설 때 대학진학이 '안전장치'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보육원 청소년 진정한 자립 도와

보육원 청소년은 만18세가 되면 보육원을 나와 자립해야 한다. 성인이 된 이들의 홀로서기는 위태롭다. 아동자립지원단 '2015 통계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절반은 취업을 택한다. 대학진학은 24%로, 일반 학생 평균진학률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전상준 아름다운가게 나눔문화국장은 "취업자 중 대다수가 단순직에 종사하다보니 소득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해 생계곤란을 겪는다"며 "보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는 대학교육이 기본요소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엔젤튜터'는 아름다운가게가 68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평가한다. 저소득층 교육에 힘쓴 ㈜드림메이커인터내셔널이 멘토링을 진행한다. 멘토링은 1대 1 구성이다. 총 46개 멘토-멘티 조가 있다.

멘토들은 주 2회 90분씩 보육원을 찾아 청소년들을 가르친다. 멘티가 원하는 과목을 알려준다. 멘토들은 자원봉사시간과 여행 비행기표 지원 등 혜택을 받는다.

멘토는 주로 대학생이다. 수능 응시경험이 최근일수록 공부를 가르치기 좋기 때문이다. 멘토링 이후 실제 성적도 많이 올랐다. 드림메이커 김샤인 대표는 "멘토가 생기자 (보육원 청소년 중) 학교 영어성적이 20점에서 75점으로 올랐다"며 "기분이 좋으면서도 안타깝다. 충분히 누군가 붙어서 가르쳐주면 성적을 낼 수 있는 친구들인데 그간 손길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멘토는 성적 뿐 아니라 꿈과 마음을 만진다. 보육원 청소년들은 일상이 보육원 중심으로 이뤄져 만나는 사람이 한정될 수 있다. 따라서 멘토들은 이들과 자기 삶을 나눈다. 대학생 최명근씨(24)는 "매 수업에 앞서 꿈 대화를 한다"며 "(멘티가) 군인이 좋은 것 같다고 진로를 고민한다. 왜 하고 싶은지 함께 답을 찾는 시간을 갖는다"고 전했다. 최희영씨(21.여)는 따끔한 선생님과 친언니를 오간다. 그는 "멘티가 숙제를 해오지 않을 때도 있지만 고민과 경험을 나누며 친구가 된다"면서 "최근 같이 노트를 펼치고 인생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성장하는 것은 교육받는 보육원 청소년 뿐만이 아니다. 멘토들도 교육봉사를 통해 따뜻한 리더로 자라는 발판이 된다. 멘토 이다정씨(21.여)는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며 많은 것을 배운다"면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보육원 아동에게 일회성 아닌 '장기적' 계획

아름다운가게는 보육원 아동을 위해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아름다운 엔젤튜터' 사업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름다운가게가 전국 16개 도시에 운영하는 '재사용나눔가게' 110개 중 2곳의 수익금은 보육원 퇴소 청소년 자립을 위해 사용된다. 2010년 곽성희 숙명여대 교수의 기부로 아름다운가게 관악자명점이 만들어졌다. 올해 남성역점도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보육원 청소년 6명을 도왔다면 현재 매년 23명씩 지원할 정도로 시민들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전상준 나눔문화국장은 "지속가능한 도움을 위해서는 고정적 재원이 필요하다. 아름다운가게는 '가게'가 있어 가능하다"며 "후원자까지 늘면 더 많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름다운가게는 보육원 퇴소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중장기적인 계획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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