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펀드·채권·IB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연준 경기전망 상향에도 금리인상속도 '의구심'

장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4 13:50

수정 2017.12.14 13:50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대부분 시장참가자들의 예상대로 올해 들어 세 번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FOMC는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1.25~1.50%로 25bp 인상했다.

관심을 모은 점도표의 큰 변화는 없었다. 연준은 내년 3차례의 금리인상 전망을 유지했다.

FOMC는 성명서에서 "허리케인 관련 교란 및 재건노력이 최근 경제활동과 고용, 물가에 영향을 미쳤으나 경제 전반의 전망이 바뀌지는 않았다"며 "경제전망에 대한 단기 위험들이 대체로 균형을 이룬 듯하다. 물가 전개양상을 계속해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문구를 되풀이한 것이다.

성명서는 "향후 고용시장이 강한 상태를 유지할 전망"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2% 목표를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의 기조는 계속 완화적으로 남아 강한 고용시장 환경과 2%로의 지속적 물가회복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연준의 경기관이 한층 상향조정됐지만 미국채 금리는 오히려 빠졌다. 정책금리를 올렸지만 주가는 오르고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다. 이번 FOMC가 '완화적인' 이벤트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대체로 예상에 부합한 이벤트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FOMC 결과는 예견대로였다"면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재는 "FOMC가 점도표를 유지하면서 예상에 부합한 움직임을 보였고 시장금리는 하락했다"면서 "이달 미국의 금리인상은 모두가 예상하던 바였으며, 내년 정상화 속도가 관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정책금리는 국내의 경기, 물가, 금융안정 리스크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금융시장 가격변수 움직임에서 보듯이 전체적으로 유화적인 이벤트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나중혁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 하는 등 경기 전반에 대한 개선된 평가를 근거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실제로 2명의 위원들이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하고, 내년 점도표 평균값이 소폭 낮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시장 친화적인 스탠스는 오히려 강화됐다"고 말했다.

▲ 큰 변화 없는 점도표, 그러나 한층 높아진 성장률 전망
연준이 별도로 공개한 정책금리 점도표에서 FOMC 위원들이 예상한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2.00~2.25%로 지난 9월 회의 때와 동일했다.

대신 경제성장률 전망은 일제히 상향됐다. 연준은 올해 말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는 종전 2.4%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말 전망치도 2.1%에서 2.5%로 높였다. 2019년 말은 0.1%포인트 상향한 2.1%로 제시했고 2020년 말 전망치는 0.2%포인트 높인 2.0%로 제시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안 등으로 경기전망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내년 말과 2019년 말 실업률 전망치는 3.9%로 0.2%포인트씩 하향됐다. 2020년 말 예상치는 4.2%에서 4.0%로 낮춰졌다.

최서영 삼성선물 이코노미스트는 "거의 전기간에 걸친 성장률, 고용지표 전망의 상향조정이 눈에 띄었다"면서 "9월에 비해 경제, 고용시장 전망이 크게 상승한 데엔 세제개편안의 현실화가 상당부분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상,하원은 일단 내년부터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추는 방안이 담긴 합의안을 도출했다.

연준의 경기관이 상향조정된 만큼 내년에 금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올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골드만삭스 등 일부 금융사는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 등으로 성장세가 확대되고 물가가 오르는 과정에서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네 차례 인상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물가가 얼마나 올라줄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연준 경기전망이 상당히 좋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그러나 금리인상 속도와 관련해선 물가가 문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 두 명의 금리인상 반대자와 물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6%에서 1.7%로 높아졌다. 다만 감세효과에도 내년 이후의 인플레이션 전망은 종전 수준을 유지했다.

이날 금리 결정에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총재가 금리동결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행사했다.

지난 3월과 6월에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했던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가 또 다시 금리동결을 주장한 가운데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가 새롭게 기준금리 동결 주장에 동참한 것이다. 일단 9명 가운데 2명이 금리인상에 부정적이었던 것이다.

연준의 경기전망이 한 층 높아졌지만 긍정적인 경기 판단에도 낮은 물가에 대한 경계심은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옐런 연준의장이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고용 호조에도 견조한 성장세가 물가 목표 달성으로 이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사실상 점도표에서 내년 3차례 금리인상 전망을 유지한 것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엿보였다.

나중혁 이코노미스트는 "긍정적인 경기판단 하에서도 연준의 물가 부진에 대한 경계감은 오히려 커진 느낌"이라며 "물가에 대해서는 12개월 기준으로 헤드라인 및 핵심 물가 모두 2% 아래 수준에서 머물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허리케인 발생 이전과 같은 평가로 회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미진한 물가 상승 압력과 부동산시장 안정 등을 이유로 내년 중 연준의 금리인상은 최대 2차례에 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 미국 현지에선 연준이 내년에도 금리를 3회 인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가격변수 등을 보면 시장은 마치 물가가 너무 낮아 연준이 금리를 2번도 쉽게 올리지 못할 것이라 보고 있다.

11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연간 상승률은 1.7%로, 10월 상승률 1.8%보다 떨어졌다.

옐런 연준 의장은 "계속되는 낮은 인플레가 걱정스럽다. 향후 정책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내년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예상이 대체로 2회~4회 사이인 가운데 일단 시장이 2회 인상도 완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들도 보인다.

아무튼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표현을 약하다(soft)에서 둔화됐다(declined)로 바꾸는 등 물가상승에 대해 조심스러워 했다.


옐런 의장이 퇴임하고 파월이 새로운 의장으로 취임하는 내년 3월이 금리인상 속도와 관련해 중요한 달이 될 것이란 진단도 제기된다.

신영증권 조용구 채권 연구원은 "연준의 경기개선세에 대한 판단이 강화됐다"면서 "내년 상반기 승부처는 결국 파월 취임 후 첫 회의인 3월 FOMC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 김윤경 연구원은 "연준이 12월 FOMC에서 경제활동에 대한 종전 평가를 대부분 유지한 가운데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 여부, 부의장을 포함해 3명까지 임명이 가능한 FOMC 이사의 성향, 수익률곡선 평탄화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 등이 주요 이슈"라고 짚었다.

/사진=fnDB
/사진=fnDB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