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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노동이사제가 성공하려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4 17:17

수정 2017.12.14 17:17

[여의나루] 노동이사제가 성공하려면

정부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노동조합의 추천을 받은 사람을 이사로 임명하는 제도이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며, 지난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2018년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노동이사제와 유사한 근로자이사제를 이미 도입하였다. 2016년 조례 제정을 통해 정원 100명 이상의 13개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에 소속 근로자를 비상임이사로 임명하는 근로자이사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긍정적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먼저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은 노동이사제가 가져올 경영참가의 진전을 기대한다. 나아가 노동이사제는 우리나라 기업의 취약점인 경영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노사 관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노동이사제를 통해 경영이 투명해지면 노사 간 신뢰가 쌓이게 되고, 노동조합도 경영의사 결정에 책임의 일부를 지게 되므로 노사 협력이 진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성과의 노사 간 배분의 공정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또한 노동이사제는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이 추구하고 있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의 트렌드와도 부합하는 것으로 기업이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이사제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경영의사 결정이 지연돼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경영계의 우려가 크다. 또한 주주의 이익이 침해돼 투자 확대가 이루어지기 어렵고 신산업의 생성과 발전도 저해할 것이라 지적한다. 나아가 사회시스템 측면에서 노동이사제가 광범하게 도입돼 있는 유럽 국가와 우리나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제도적 적합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유럽은 사회적 시장경제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이사제가 수용되기 쉬운 데 비해 우리나라는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에 가깝기 때문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도 노동이사제의 부작용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노동이사제가 성공할 수 있을까. 우선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서울시 공공기관의 경험을 면밀히 분석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그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공공기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형 노동이사제의 모형을 만들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의 투명성이 강하게 요구되고 공익적 성격이 강한 대기업에 확대 적용해 나감으로써 우리 기업문화에 생소한 제도가 연착륙하고 순기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대응이다. 누구를 노동이사로 추천하는가가 관건이다. 노동이사가 단순히 근로자와 노동조합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그쳐서는 안되며 노사 쌍방향 소통을 촉진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이사의 참여로 경영환경에 대한 보다 폭넓은 통찰이 이루어져 경영의사 결정의 품질이 향상돼야 한다. 그래야만 이 제도가 지속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노동이사는 경영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 노동이사와 노동조합 간부뿐 아니라 근로자를 대상으로 경영교육이 확대돼야 한다.
노동이사제가 발달돼 있는 나라에서 노동조합이 경영교육에 힘쓰는 이유이다.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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