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지배구조 논란, 제대로된 평가가 먼저다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2010년 신한금융지주, 2014년 KB금융지주에 이어 이번에는 하나금융지주로 지배구조 논란이 번졌다. 어느 특정 금융지주라고 할 것도 없이 골고루 돌아가며 문제가 터졌다. 금융지주 회장과 행장 간 갈등으로 시작된 KB사태 이후 정부가 지배구조법을 손봤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던 모양이다.

금융지주회사, 특히 은행을 둔 금융지주는 왜 이렇게 지배구조 논란에 취약할까. 일차적으로는 확실한 주인이 없는 주주구성 때문이다. 은행과 은행지주회사는 법에 의해 소유가 제한되고 있다. 동일인이 지분을 10% 이상 갖고 있을 수 없고, 산업자본은 4% 이상의 지분은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은행이 사유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렇다 보니 은행계 금융지주는 주인이 없는 회사가 됐다. 실제로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등 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사들은 지분구조가 거의 비슷하다. 국내 최대 투자기관인 국민연금이 단일기업 10% 이상 지분 소유 금지규정에 따라 9%대의 지분을 소유한 1대주주가 됐고, 이어 외국인 주주들이 70% 안팎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73.8%다. 이 외국인 주주들은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대부분으로, 국내 금융지주 주식을 경영참여보다는 포트폴리오 분산투자 목적으로 갖고 있다.

이렇듯 특정한 주인이 있을 수 없는 구조이다보니 법으로 주주를 대신해 이사회가 주인 행세를 하도록 만들었다. 이사회가 임원을 추천하고, 사실상 최고경영자(CEO)도 뽑는다. 정치로 치면 간접선거쯤 되는 구조를 통해 CEO의 임면이 결정되는 셈이다. 간접선거에서는 후보자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금융지주 이사회의 결정에도 CEO가 개입할 여지가 있고, 이게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이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CEO 스스로 (자신과) 가까운 분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고 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도 "너무 현직이 자기가 계속할 수 있게 여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CEO가 이사회에 개입하고 있다며 날을 세운 것이다. 이른바 셀프 연임에 제동을 걸었다. 감독자 및 심판자인 금융위 수장 입장에서 지적할 수 있는 얘기다. 지배구조는 은행의 안정적 운영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다.

다만 모든 금융지주회사의 이사회 운영시스템이 거의 동일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정 회사의 이사회만 그렇게 운영되는 게 아니다. 법에 따라,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모든 금융지주사가 매우 유사한 이사회 운영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 시스템이 계속 문제를 일으킨다면 시스템 변경을 고려해야지 특정 회사나 특정 CEO를 탓할 일은 아니다.

시스템 변경과 관련해 공정성을 높이려면 CEO평가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그 결과를 일정 시점에 발표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매출이나 수익 등 영업관련 지표 및 안정성 지표를 업계 평균과 비교한 결과, 주식가격, 내.외부의 평판지표 등 각종 평가표를 공표해 공정한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다. 이 평가를 통과해야만 차기 회장 후보로 출마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주인 없는 회사에서 CEO가 연임에 개입할 여지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잘해왔고, 평가마저 좋다면 2연임이든 3연임이든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yongmin@fnnews.com 김용민 금융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