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허상 좇는 전력수급 로드맵 다시 짜야

대통령 공약에 꿰맞춘 인상.. 에너지 정책서 정치색 빼야

정부가 14일 오는 2031년까지 전력 수요예측과 공급계획을 담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내놓았다. 문재인정부가 역점을 두는 에너지전환정책을 기초로 해서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가 마련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은 현실성이 의문시된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높인다는 목표가 구체적 실행계획의 결여로 가물가물하게 보이면서다. 에너지 백년대계에 대한 전문적인 고민 없이 탈원전을 공약한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수급계획을 만드는 데 급급한 인상마저 드는 이유다.

무엇보다 2030년 전력 기준수요를 113.4GW(7차 계획 대비 13% 축소)로 전망하면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수를 반영한 것인지 궁금하다. 빅데이터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로봇, 스마트공장 등 미래형 산업들은 모두 에너지 집약적이 아닌가. 그런데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2017~2031년 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 2.43%를 적용해 전력 수요를 예측한 건 뭘 말하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비전 없이 우리 경제의 저성장 기조를 기정사실화하는 패배주의적 사고에 다름 아니다.

전력공급 모형은 더 비현실적으로 비친다. 신재생발전 비중이 매우 낮은 상황(2015년 기준 6.6%)에서 이를 2030년에 20%로 확대한다지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면서다. 최근 방한한 스티브 추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도 일조량이나 좁은 국토 등 신재생 자원이 태부족한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라고 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내년 월성1호기 폐쇄를 첫머리로 한 탈원전 스케줄은 무모하다. 풍부한 원유와 세계 최대 셰일가스를 보유한 미국이 88개 원전을 60년간 사용하기로 했다는 데 우리는 30여년 쓰고 버린다니 말이다.

백번 양보해 안전성이 최우선이라는 탈원전의 대의를 인정한다 치자. 계획기간 중 세계수준의 안전기술을 적용한 신규원전 6기 건설을 중단한다면 누울 자리도 보지 않고 다리를 뻗는 꼴이다. 그러니 석탄발전소 7기를 폐쇄하고 6기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짓는 발상이 나왔을 법하다. 하지만 이때 탄소 절감 목표에 차질이 생기는 건 차치하더라도 높아질 수입의존도로 에너지 안보에 뚫릴 구멍이 문제다.


전력 수요관리대책이 허술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나라일수록 전력 소비절감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추세와 대비되면서다. 냉각용 전력을 줄이기 위해 바다에 서버를 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수중 데이터센터' 실험을 보라. 정부는 향후 에너지원별 기술혁신 속도에 따라 달라질 경제성과 수급안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 에너지믹스 방안을 도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