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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전문트레이더 가세.. 옐런 "매우 투기적 자산" 경고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4 17:37

수정 2017.12.14 21:10

금·석유 등 수익률 저조하자 가상화폐 헤지펀드 준비.. 골드만삭스 전담부서 검토
가상화폐 전문트레이더 가세.. 옐런 "매우 투기적 자산" 경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가 광풍을 일으키면서 석유.금 등 전통적인 상품 매매를 하던 전문 트레이더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상품 트레이더들은 일반 주식에 비해 변동폭이 훨씬 더 크고 변화무쌍한 상품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라 하루 사이에 두자리수 변동이 드문 일이 아닌 요동치는 가상통화 시장 거래에서 강점을 갖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올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17배 넘게 폭등하는 등 가상통화 시장에 불이 붙는 것과 대조적으로 금, 석유 같은 전통적인 상품시장은 저조한 수익률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상품 트레이더들의 가상통화 시장 진입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상품 거래에서 사상 최악의 분기실적을 기록한 골드만삭스가 가상통화 운용에 집중하는 새 부서를 만드는 것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고, 상품 헤지펀드인 타이폰 캐피털 매니지먼트은 내년 1월 가상통화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을 내놓을 예정이다.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와 홍콩선물거래소(HKFE) 임원 출신인 프레드 그레드는 "상품 트레이더들 모두가 비트코인 열병을 앓고 있다"면서 "기존 상품 시장은 점점 거래하기가 팍팍해지고, 경쟁도 높아지고 있어 이들은 더 많은 거래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가격 급등락과 수요공급 분석을 통한 가격 예측은 상품 트레이더들에게는 익숙하다는 점도 이들이 진입을 결심하는데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품 트레이더들의 진입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 시장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지난 9년간 비트코인 이윤 대부분은 그저 갖고 있는 것에서 나왔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고 전문가들이 속속 진입하면서 점점 전통적인 투자전략 등을 동원한 복잡한 거래가 이윤의 원천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 1월 가상통화 헤지펀드들을 출시할 타이폰은 소극적투자부터 알고리즘거래, 재정거래 같은 전략들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이끌 사령탑으로 시터델 투자그룹에서 2011년까지 변동성 높은 석유 거래를 책임졌던 인물을 앉혔다.

타이폰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쿠툴라스는 중동과 아시아 지역 기금, 재단, 부유층의 가상통화 헤지펀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쿠툴라스는 "이들 투자자는 뛰어난 상품거래 전략을 제시해도 답을 하지 않았지만 가상통화와 관련해서는 (연락도 하기 전에 먼저) 우리에게 전화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 트레이더들은 가상통화 시장이 석유, 금속 등 상품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80, 1990년대 상품 호황기와 같은 부를 안겨다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막 출범한 상품 시장에서 이들 전문 트레이더는 특화된 지식과 위험 내성으로 막대한 이윤을 거둘 수 있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 이사 출신인 존 디아고스티노는 "이들은 조각난 정보를 갖고 학습된 추측을 하는데 매우 뛰어나다"고 말했다. 가상통화 시장에서 개미투자자들의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헤지펀드 시장에 불기 시작한 가상통화 광풍은 상품 헤지펀드 폐쇄와 가상통화 헤지펀드 출범 흐름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시장 정보 제공업체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올들어 처음으로 상품헤지펀드 폐쇄가 신규 펀드 출범을 추월했다. 올해 새로 만들어진 상품헤지펀드는 8개로 2011년 130개에 비교가 무색할 정도로 적었다.

반면 시장조사업체 오터너머스넥스트가 추적하는 171개 가상통화 펀드 가운데 123개가 올해 만들어졌다. 그러면서도 가상통화 헤지펀드 규모는 20억달러 수준으로 전통적인 헤지펀드에 비해 매우 작아 앞으로 시장이 더 크게 확장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비트코인에 대해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연준은 이에 대해 감시감독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13일 옐런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금리 결정 이후 진행된 임기 마지막 공식 기자회견에서 "비트코인은 현재의 지불 시스템에서 매우 작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가치원천이 아니며, 법정화폐로 여겨지지도 않는,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임기 중 가상통화와 관련된 코멘트를 거의 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2014년 연준은 비트코인을 규제할 권한을 갖고 있지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날에도 "연준은 비트코인과 관련해 규제역할을 실질적으로 수행하지 않는다"며 재차 입장을 되풀이했다. 사실상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세계 주요 은행들이 자신들만의 가상통화를 실험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연준이 가까운 미래에 이를 쫓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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