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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큰 그림' 그린 한중정상..."관계개선, 최고의 모멘텀 맞이해"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5 00:37

수정 2017.12.15 00:37

시주석, 미소와 공감으로 文대통령 발언에 호응
예상보다 1시간이나 긴 2시간15분간 회담
참모들 물리치고 스탠딩으로 별도 대화 진행...핫라인 구축키로
'사드', 카메라 앞에선 직접 언급 안해
【베이징(중국)=조은효 기자】 중국 외교가에선 정상회담의 성패를 다음날 중국 매체들에 실린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진으로 판가름한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14일 "시 주석이 상대국 정상을 향해 웃느냐, 웃지 않느냐가 회담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열린 MOU 서명식을 마치고 밝은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열린 MOU 서명식을 마치고 밝은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은 특유의 엷은 미소를 띠며, 국빈으로 중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맞이했다. 시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이 발언을 할 때마다 눈을 맞추며 연신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한.중 관계를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언급한 대목에선 끄덕임을 키웠다. 시주석은 비공개 회담에 돌입해선 현 시점을 놓고, "양국 관계개선을 위한 최고의 모멘텀"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정상은 당초 예상시간보다 1시간 긴 2시간 15분간이나 회담을 진행했다. 두 정상은 회담 중간, 양국 참모들을 물리치고 스탠딩으로 약 10분 정도 긴밀하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 정세와 안보문제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뤘으며, 북한문제에 대한 상황진단과 함께 협상과 대화를 통한 해결이란 원칙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中, 북핵 해법보다는 '큰 그림' 제시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북핵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논의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시주석은 대신, 중국이 보고 있는 현 북한에 대한 상황진단과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 역시, 대북원유공급 중단 등 구체적인 제재와 압력 수준에 대해선 언급하진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두 정상이 이런 입장을 기반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가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 등 4대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정상간 긴밀한 소통을 위해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과 시주석간 전화통화는 지난 5월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축하 전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날 북한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만큼 이를 기점으로 핫라인을 통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며, 북핵 해법을 구체화시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문제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제시된 만큼 향후 이 부분에 대한 한·중간 구체적인 액션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드, 언론 공개부분에선 '언급자제'
두 정상의 이날 대화 코드는 '신뢰'였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만남을 통해 시 주석이 말과 행동에서 매우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또 '관왕지래(觀往知來·과거를 통해 미래를 본다)'와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언급하며, "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운명적 동반자'라고 믿는다"고 했다. 시주석 역시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상호 존경과 신뢰에 기초해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양국 국민들에게 육성이 공개되는 회담 모두 부분에선 '사드'라는 단어는 직접 입에 올리지 않은 채 각각 "양국이 최근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었으나..."(문 대통령), "모두가 아는 '이유'로 중·한 관계가 후퇴를 경험했다"(시주석)는 정도로 갈음했다. 대신, 카메라를 치우고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선 중국 측의 사드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천명하며, "한국측이 이를 계속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는 확인성 발언은 나왔다. 또 3불(不)입장(사드추가배치·미국의 MD편입·한미일 군사협력 등 부인)역시, 직접적인 발언없이 추상적·포괄적 수준으로만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양측이 사드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으면서 적절한 선에서 봉합·관리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제·문화 실질적 관계개선 신호탄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맞춰 이날 두 정상은 현재 상품교역 중심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를 서비스·투자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의 FTA 후속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또 FTA협상 개시 양해각서(MOU)를 비롯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상호교류 및 협력 △미세먼지 대응 등에 관한 2018-2022 환경협력계획 △에너지협력 등 총 7개의 정부간 MOU를 체결했다. 전날 수소차·로봇·동북아 슈퍼그리드 등 민간기업 간 11개 MOU까지 포함하면 민·관 총 18개 MOU가 체결된 것이다.

한편 회담 종료 후엔 문 대통령 내외를 위한 국빈만찬이 시 주석 내외의 주최로 인민대회당에서 성대하게 진행됐다. 이번 만찬엔 배우 송혜교씨와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한·중 커플 추자현·우효광씨 부부, 아이돌그룹 엑소(EXO)가 출동해 중국 내 한류문화 교류 정상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번 방중에 앞서 문 대통령은 중국 CCTV와의 인터뷰에서 시주석과의 관계에 대해 '一回生, 二回熟 三回老朋友(일회생, 이회숙, 삼회노붕우)'라는 중국의 속담을 언급했다. '처음 만나면 생소하지만 두 번 만나면 친숙해지고 세 번 만나면 오랜 친구가 된다'는 뜻이다.
긴 터널을 빠져나온 한중관계가 세번째 만남을 기점으로 새로운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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