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관계 개선 분위기에 화장품업계 재평가 기대

김경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5 10:06

수정 2017.12.15 10:06

양국 경제관계 훈풍...中 안보 문제 빌미로 언제든 갈등 재점화 할 것
현대차투자증권은 15일 산업보고서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에 관계가 개선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화장품 종목들에 대한 주가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선행적인 주가상승 탓에 벨류에이션 부담은 높아졌지만, 사드 갈등 이후로 냉랭해진 양국 사이에 펀더멘털 회복 기조가 형성되면서 '지수 바닥 지지선 형성, 추가적인 재평가' 등으로 화장품 관련주들의 주가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에 국빈 방문 중이다. 14일 시진핑 주석과 취임후 세번째 정상회담을 가져 '4개원칙 합의, 상호호혜 교류협력 추진사항 합의, 주요 사항의 MOU체결' 등 언론에 공개된 방중 성과는 나쁘지 않다. 그런데 동행했던 취재기자가 이날 중국 경호원들에게 단체로 폭행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양국 관계 회복 기조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조용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북한 비핵화를 비롯해서 다수 사안을 두고 양국 사이에서 긴밀한 대화, 협상을 합의한 것은 실질적 관점에서 외교관계가 진일보한 것"이라며 "외교관계 정상화 합의를 토대로 핫라인 구축에 나서 다수 쟁점에 대한 소통 통로를 마련한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상호간 이해관계를 만족시킬 수 있는 부문(경제, 문화, 관광 등)에서 재협력에 합의함으로써 경제 교류 회복을 위한 물꼬를 튼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달 중국이 양국 입장차를 강조해 사드, 북핵을 비롯한 안보 부문 '온도차'에 방점을 뒀던 공격적 태세를 자제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도 눈에 띈다. 우선은 관계 정상화에 힘을 싣고 사드 문제는 '휴화산'으로 남겨두겠다는 심산으로 해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화장품 업종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항공포털에서 집계된 중국항공사 인바운드 관광객 수가 12월 들면서 전년동월대비 -30% 중반 수준으로 까지 떨어졌다. 최근 몇개월에 거친 (기저효과에 따른) 낙폭을 크게 축소해 업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11~12월 입국한 관광객 데이터 수치는 앞선 4~10월과 비교할 경우 낙폭을 대폭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월 유커(중국인 관광객) 입국자 수는 3월 이후 처음으로 34만명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7월 유커 전년동월비 감소율이 69.3%였는데 10월엔 49.3%로 약 20%포인트나 하락했다.

조 연구원은 "우리나라에 입국하는 유커가 늘어나면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표 화장품 업체들의 면세점 실적이 점진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전체 매출대비 면세점 실적비율은 각각 26.5%, 15% 수준이다.

중국내수 화장품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판매량, 시장점유율 회복도 높게 점쳐진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사드 갈등에 1년 이상 동안 관계가 악화됐다. 롯데마트가 불매운동, 폐쇄조치 등에 중국사업 정리에 나선 와중에 화장품, 한류 문화 등 중국향 주력 상품 입지가 좁혀졌다. 특히 화장품 부문에선 시세이도를 비롯한 일본 업체가 득세하는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선 "우리 화장품 업체들이 중국 로컬시장에서 정치적 악재로 성장세가 하향 조정됐다"면서 "연말 불어오는 훈풍으로 내년 중국시장 점유율 재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로컬시장 비중이 20%대로 면세점 사업과 더불어 중국시장 실적이 전체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중국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민간, 경제 부문은 정상화 하고, 정치와 안보에선 자신들 입장을 관철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중국이 현재 이념을 고수하고 실리는 챙긴다는 '일석이조'를 위해서 이후 두, 세수에 이르는 묘수를 정해두고 한국과 외교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이 다방면에서 양국 관계를 정상화 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중국당국자는 큰 대륙을 관리하는 만큼 장기적인 계획, 방안 마련에 훈련이 된 정치, 행정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우리나라 관계자는 최근 관계 정상 기류와 단기적인 성과에 취해서 차후 안보갈등이 재부각 될 경우에 대비한 준비에 소흘해선 안 될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로서 당국의 지침이 나오면 다수 국민들은 (애국심을 토대로?) 군말없이 지침을 따른다.

화장품 바르는 20~30대 여성이 늘어나 한국 화장품이 중국 전역에 퍼져 나가도, 중국 공산당이 금지하면 한국 화장품을 대체해 일본, 로컬 제품이 빈자리를 메꾸는 곳이 중국 시장이다. 한국 드라마, 음악이 중국 전역에서 인기를 끌어도 미디어당국이 금지령을 발표하면 한순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복합적 요인에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중국이지만 14억명 이란 거대한 시장을 버리고는 우리나라 경제는 지속발전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드라는 안보 문제로 오랜 기간 문이 닫혔던 중국시장이 다시 열리고 있다. 화장품, 가전, 문화, 관광 등 주력 부문에서 반등이란 전환점을 마련해 단기 회복세가 기대된다.

양국간 관계 개선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이 언제든지 사드와 북핵을 두고 돌변할 수 있는 점이다.


이번에 비싼 수업료를 냈고 중국의 본모습(이해관계를 철저히 따지고 실리에 집착하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앞으로도 중국은 3불과 1한 등 문제로 우리나라에 수시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 외교부가 과연 겉과 속이 다른 중국 당국자를 상대로 합리적인 협상으로 국가이익을 찾을 수 있을까, 동행기자 폭행사건에 대응하는 우리정부를 보니 심히 걱정이 된다.

kmkim@fnnews.com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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