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심상찮은 중국의 유화적 외교노선

중국이 최근 들어 외교정책 노선에 변화를 모색 중이다.

주변국과 잇단 마찰을 빚어온 중국이 갈등 모드에서 벗어나 잇따라 유화적 행보를 보이며 관계개선에 무게중심을 두는 모양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빚어온 한국과의 관계개선뿐만 아니라 일본 및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유화적 행보 등이 대표적이다.

사드 배치를 계기로 모든 교류가 꽉 막혔던 양국 관계가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에 대한 중국 측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와 별개로 양국 관계개선을 위한 문을 열기로 양국 정상이 합의한 점은 최근까지 진행돼온 사드 갈등 국면을 감안하면 진일보한 풍경이다.

일본과의 관계개선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난징대학살 80주년 국가추모일 추모식 행사에서 중·일 간 관계개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시 주석이 이례적으로 추모식에는 참석했지만 3년 전 추모식 때와는 달리 연설을 하지 않았으며 추모식 책임자의 직급도 하위급으로 낮췄다며 일본에 대한 관계개선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보도했다.

위정성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이날 추모식에서 "올해 중·일 국교정상화 45주년, 내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맞으며 중국과 일본은 양국 인민의 근본이익에서 출발해 평화,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로 나아가며 세대 간 우호를 기반으로 인류평화에 공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친성혜용(친밀.성의.호혜.포용) 원칙과 선린우호 이념에 따라 이웃을 동반자로 한 주변외교 방침으로 일본을 포함한 주변국과 관계를 심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난징대학살을 둘러싸고 중·일 간 역사적 사실 논쟁이 첨예한 데다 중국인의 반일감정은 고조돼 있다. 더구나 난징대학살 80주년이라는 중차대한 행사장에서 일본에 대한 유화적 제스처를 보인 것에 대해 양국 간 중대한 변곡점이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첫 국가추모일에 참석, 추모사를 통해 "역사의 범죄를 부인하는 것은 범죄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과거사를 부인하는 일본을 정면 비판한 바 있다.

중국이 미얀마의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인종청소 사태를 틈타 미얀마와의 돈독한 관계를 모색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로힝야족 인종청소'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얀마가 사면초가에 빠진 틈을 타 중국이 교류확대를 약속하며 밀월관계를 즐기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주변국들에 대한 일련의 유화적 행보에 나선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일단 시 주석이 지난 19차 당대회를 계기로 중국내 절대권력을 확보한 데 이어 글로벌 리더십 확장을 위해 주변국과의 친밀한 관계개선에 나선 것이 주목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를 중시하면서 아시아지역내 우방국들과의 관계가 느슨해진 점도 중국의 유화적 행보 배경으로 꼽힌다. 아시아지역내 미국의 위상이 내려가는 사이에 중국이 주변국을 우방으로 포섭하려는 전략적 행보에 속도를 내는 식이다.

시 주석이 집권2기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변국과의 돈독한 관계가 필요한 것도 중국의 외교정책 노선변화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일대일로와 연관된 수십개국에 대한 인프라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주변국들의 동참이 절대적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일대일로 건설을 위한 자금투자와 기술력 제공 측면에서 절실한 파트너다.


물론 이 같은 중국의 유화적 외교노선이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 자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최적의 선택에 따라 외교노선이 수정되기 때문이다. 한·중 간 외교관계 역시 양국 간 철저한 실리적 계산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