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박근혜-홍준표, 같은 듯 다른 '방일 행보'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6 08:01

수정 2017.12.16 08:01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06년 3월 8일 오전 도쿄 시내 총리관저를 방문해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06년 3월 8일 오전 도쿄 시내 총리관저를 방문해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오후 일본 총리관저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오후 일본 총리관저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 보수정당과 일본 집권여당간 긴밀한 연대 움직임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통해 부각되고 있다.

2006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 일본을 방문, 아베 신조 당시 관방장관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만나 과거사를 비롯 북핵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다.


이후 11년 뒤인 2017년 12월에는 홍준표 대표가 북핵 대응책 논의를 위해 일본을 찾아 아베 총리를 만나 한·미·일 북핵공조 필요성에 대한 양측간 공감대를 확인했다.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이 한국당과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왔기에 가능한 조치들이다.

박 전 대통령과 홍 대표 모두 제1야당 대표 신분으로, 앞서 미국 방문 이후 일본 집권여당 관계자 및 총리를 만나 한·미·일 북핵공조 강화를 외쳤다는 점에서 큰 공통점을 가진다.

동시에 이들의 방일이 한국의 집권여당으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불러왔다는 점 또한 궤를 같이 한다.

■아베 만난 朴·洪 '한미일 공조'
아베 총리는 2006년과 올해 박 전 대통령과 홍 대표를 만나 공통적으로 북핵에 대해 얘기했다. 박 전 대통령과 홍 대표 모두 방일기간 동안 한미일 북핵공조를 강조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전 대통령은 2006년 3월 초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당시 일본 차기 총리로 유력한 관방장관이던 아베 현 총리와 가진 만찬에서 "북한은 핵을 가지면 자신들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을 6자회담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북한은 정책이 바뀌어야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6자회담 참가국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 일이 꼬인다"고 말해 공조 필요성을 제시했다.

11년이 지난 2017년 말, 아베 총리는 홍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북핵 문제에 보다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4일 홍 대표와 회동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핵을 용인하지 않겠다"며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포괄적인 긍정 반응을 보였다.

특히 아베 총리는 "일본 상공에서라도 좋으니 한·미·일 군사훈련을 했으면 좋겠는데 대한민국 정부가 하고 있지 않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해,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며 제1야당과의 소통을 부각시켰다.

■주제에는 차이...與 거센 비판 제기
박 전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당시 방일과 홍 대표의 일본 방문은 한일 양국의 관계가 순탄치 않을 때 이뤄졌다.

2006년에는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로 양국관계가 얼어붙었고 현재는 북핵 대응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북핵 관련 이슈는 물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거사 문제 등 다양한 안건을 고이즈미 총리 등 일본 정계 관계자들과 만날 때 꺼내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고이즈미와의 환담에서 한일관계가 급냉한 것을 언급한 뒤 "관계회복을 위해 정치지도자가 신중한 언행과 지도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고 고이즈미 총리는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홍 대표는 아베 총리가 회동에서 위안부 문제 등을 거론하려 하자 "이번 방문은 안보문제에 대한 방문이기에 그 문제에 대해 답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북핵에만 집중했다.

일단 일본 집권여당이 한국 보수야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려 하자 한국 여당은 불편한 심기와 함께 비판 공세에 들어갔다.

2006년 당시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친일파의 딸이 일본 총리로부터 차기 대통령 책봉을 받은 격"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정부에서 일본 측에 과거사 문제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제1야당의 대표가 일본 집권당의 초청으로 형식적인 외교활동을 벌여 대일 외교전략을 흔든다는 것이다.


이번 홍 대표의 방일에 대해선 더불어민주당은 홍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알현'이라고 표현한 것을 지적, "아베 총리에게 한 말이라니 제1야당 대표로 자격이 있는 말인지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