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남성이 감기 더 심하게 앓는다? <연구>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6 17:16

수정 2017.12.16 17:35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영미권에서는 '남자 독감(Man flu)'이라는 용어가 있다. 남성들이 독감 등으로 아플 때 증상을 과장하고 엄살을 부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실제로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심하게 감기를 앓는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돼 세계적인 논란이 일었다.

캐나다 뉴펀들랜드 메모리얼대 가정의학과 카일 수 교수는 의학적으로 남성의 감기 증상이 여성보다 더 심하다는 내용의 논문을 11일(현지시간) 영국 의학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최신호에 발표했다.

먼저 수 교수는 1990년대부터 '감염의 강도가 암컷이 더 낮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었으며, 독감 백신 주사 후 남성의 면역반응이 여성보다 떨어졌다는 미국 스탠퍼드대학 임상시험 발표를 증거로 들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면역반응을 약화하고, 여성호르몬은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수 교수는 폐경기 이전 여성과 같은 연령대 남성의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세포 면역반응이 다르게 나타났지만, 폐경 이후 여성과 또래 남성의 경우 그런 차이가 없었다는 임상시험 결과들은 이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면역능력과 질병에 대한 저항력에 영향을 미치는 X염색체가 여성(XX)은 두 개인 반면 남성(XY)은 하나인 것과 관계있다는 이론도 들었다.

그러나 수 교수의 주장은 즉각 논란을 일으켰다. 현재까지 나온 과학적 연구 결과로는 남녀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바이러스나 균에 대한 면역반응이 여성이 강하면 증상도 그만큼 심하고 장기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성이 더 심하게 앓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남녀의 면역력에는 큰 차이가 없으며 여성의 경우 산고를 견디는 등 태생적으로, 사회적으로 남자보다 인내력이 높다는 설명도 있다.

심리학적으로는 '남성은 강해야 한다'는 관념과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남성이 병을 핑계로 중압감에서 벗어나 어리광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수 교수 역시 "면역반응 등의 차이 때문이라고 확실하게 말하려면 더 많은 수준 높은 연구가 필요하긴 하다"고 시인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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