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문대통령, 충칭방문 한중관계 개선위한 다중포석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7 15:25

수정 2017.12.17 15:25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기간 충칭을 방문한 것을 두고 한중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높이기 위한 다중포석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중기간 마지막 일정으로 지난 15∼16일 1박2일간 충칭을 방문했다. 역대 한국 대통령들이 베이징 이외 다른 지방을 방문할 경우 일반적으로 상하이 등을 선택하는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충칭을 선택했다. 이는 중국 유력 고위관계자와의 네트워크 구축을 비롯, 일대일로 참여 기회 확대 및 한중간 역사적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란 관측이다.

■중국 현재·미래 지도자와 네트워크 구축
문 대통령이 충칭에서 천민얼 충칭시 서기와 가진 오찬행보에 특히 이목이 쏠렸다.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국빈만찬을 제외하고 중국 고위급 인사와 가진 식사자리는 천 서기가 유일하다.


시 주석의 심복 중 심복으로 불리는 천 서기는 시 주석을 이을 차세대 후계자 후보군 가운데 최고 경쟁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 서기를 지내는 동안 천 서기도 2001년 12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저장성 선전부장을 맡아 시 주석 사상을 전파하는 '나팔수' 역할을 했다. 시 주석이 지난 19차 당대회 이후 중국특색사회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 주석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 천 서기가 차세대 주자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에는 이론이 없을 정도다.

실제로 중국 매체들은 지난 10월 시 주석의 집권 2기를 시작하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 앞서 천 서기가 시 주석 후계자로 내정됐을 것이란 전망을 쏟아낸 바 있다.

물론 주변의 전망과 달리 천 서기는 19차 당대회 때 경쟁자인 후춘화 전 광둥성 서기와 함께 후계자 지명을 받지 못한 채 정치국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천 서기가 조만간 시 주석의 뒤를 이을 후계자 경쟁을 위해 베이징에 조만간 입성할 것이란 전망이 무성하다.

■양국 '역사적 운명공동체·경제적 협력동반자' 포석
문 대통령이 상하이나 선전 등 대표적인 도시를 마다하고 충칭으로 향한 점도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복선이 깔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충칭은 중국 일대일로의 중국 관문인 데다 일본의 침략으로 반일 정서가 매우 높은 곳이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한중간 역사적 인식을 공유하고 일대일로 참여를 위한 협력 메시지를 던지는 데 이어 충칭에 위치한 현대차 5공장을 방문해 중국의 사드보복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중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우선, 사드갈등으로 단절된 양국간 역사적 공감대를 끌어올리기 위한 접합점을 충칭에서 찾았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뤼차오 랴오닝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충칭방문에 이어 임시정부 청사를 둘러본 것에 대해 "일제에 강점당한 역사를 공유한 중국인들을 감동시키기 위한 정서적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은 중일전쟁 당시인 1938년 2월부터 1943년 8월까지 충칭과 인근 지역에 1만1500개의 폭탄을 투하해 전쟁 피해자들이 지금도 피해보상을 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일제 침략으로 최대 피해를 본 충칭에 문 대통령이 방문함으로써 양국간 운명적 관계라는 점을 각인시키면서 미래 발전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그는 분석했다.

문 대통령이 충칭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을 방문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사드보복으로 올해 한국 기업 가운데 중국 현지 경영에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기업이 현대차다. 문 대통령이 충칭에 위치한 현대차 5공장을 방문해 중국 당국의 한국기업에 대한 사드보복 중단과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기업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 신경을 쓴 게 역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의 최대 치적사업인 일대일로에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넓히기 위한 행보도 눈길을 끈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 사업 확장을 권력기반 장악의 중대 모멘텀으로 삼고 있으나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주변국의 참여가 절실하다. 한국 역시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사업기회를 잡기 위한 모멘텀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실제로 충칭은 중국 서부의 요충지이면서 시 주석이 역점 추진하는 일대일로의 중요한 축이다.

이에 대해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문 대통령의 충칭방문은 경제적으로도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충칭과 협력할 경우 중국의 중서부 개발과정에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