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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빠른 판결'이 기술탈취 막는다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7 17:00

수정 2017.12.17 17:00

[차장칼럼] '빠른 판결'이 기술탈취 막는다

기술탈취 근절을 위해 '기술임치제도'나 '징벌적 손해배상'도 좋은 정책이지만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빠른 판결'이다. 최종 판결이 나야 배상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중소기업 비제이씨와 오엔씨엔지니어링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차가 자신들의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목소리엔 분노와 억울함이 가득했다.

현대차로부터 기술탈취를 당했다고 주장한 두 중소기업 대표가 용기를 낸 데는 기술탈취만큼은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의 취임 일성도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파장은 상당했다.
중소 납품업체가 대기업을 상대로 기술탈취를 당했다고 공식 석상에 선 것 자체가 대단한 이슈였기 때문이다. 뉴스가 나간 후 많은 중소기업인은 물론 중기부 산하 기관장까지 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중소기업인들은 자신들도 기술탈취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한 기관장은 기술탈취를 근절할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제안해 왔다.

그런데 기자간담회 후 문득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고위 임원이 얼마 전에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국내 벤처캐피털(VC)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스타트업들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자동차와 관련된 스타트업엔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 국내 굴지의 자동차 제조 대기업들이 있는 상황에서 기술을 빼앗길 것이 뻔한데 왜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하겠나."

현대차는 두 중소기업의 기자간담회 후 이들의 주장이 모두 허위라며 조목조목 해명하고 나섰다. 그러자 을지로위원회에선 또다시 현대차가 엉터리 해명을 하고 있다고 재반박을 했다.

문제는 누구의 주장이 맞든 법원에서 완전히 판가름 나기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점이다. 기술탈취와 관련해 대기업들이 흔히 쓰는 전략이 바로 '시간 끌기'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소송이 시작된 후 2~3년이 지나면 이미 기존 거래처는 끊기고, 엄청난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문을 닫기 일쑤다. 대기업은 이런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서오텔레콤-LG유플러스 간 소송이 대표적이다. 이 소송은 무려 14년째 이어지고 있다. 서오텔레콤 김성수 대표는 기나긴 소송으로 인해 사옥을 파는 등 소송비용만 70억원 넘게 쓰고 있다.


홍 장관의 취임 일성이 '기술탈취 근절'이었다. 부디 다른 정책은 뒤로하더라도 특허소송에서 대기업들이 '시간 끌기'를 할 수 없도록 법과 제도 정비에 나서길 기대해 본다.
이것 하나만 제대로 해낸다면 그는 성공한 장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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