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커버스토리] "방탄소년단 군면제 해달라"가 국민청원...'촛불 이후 참여민주주의' 어디로 가나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7 22:00

수정 2017.12.17 22:00

국민청원제도 '빛과 그림자'
군대 내 위안부 창설 등 무분별한 청원 게시판 장악 
국민청원 실질적인 국정 아젠다까지 가려면 
[커버스토리] "방탄소년단 군면제 해달라"가 국민청원...'촛불 이후 참여민주주의' 어디로 가나
‘방탄소년단 군면제’가 국민청원? 참여민주주의 어디로 가고 있나

"국민의 뜻을 앞세우겠습니다."

촛불 1주년이었던 지난 10월 28일 자신을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소개해온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틈날 때마다 촛불혁명의 의미를 강조했고, 촛불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단언해왔으며 정부 부처나 직속위원회 등을 마주할 때마다 '국민참여를 통한 행정'을 주문했다. 지난 15일 문재인정부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출범할 때도 "국민의 많은 참여와 소통 속에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문재인정부는 한마디로 '국민참여정부'다. 출범 초부터 '국민참여'를 키워드로 국정을 운영해왔다.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 1번가'를 통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이를 바탕으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지속 여부를 두고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고, 내년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선 국민참여예산제를 시범 도입했다.

촛불을 들었던 국민은 적극적인 참여로 화답했다. 9만여명이 국민인수위원이 돼 국정과제를 함께 고민했고, 18만건 이상의 정책을 제안했다. 공론화위원회에선 시민참여단 471명이 한 달여 숙의과정을 거쳐 신고리 건설 재개를 권고했고 국민의 의견은 여성안심 임대주택 지원사업, 재택 원격근무 인프라 지원 등 6개 사업으로 내년도 예산안 목록에 올랐다. 이에 문 대통령이 주창해온 '국민참여형 국정운영'이 어느 정도는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핫'한 국민참여 창구인 '청와대 국민청원'이 논란의 장이 되고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청와대는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하에 국민과의 직접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8월 17일 국민청원 게시판을 열었다.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실험이었다. 실험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4개월여간 국민은 6만4000여건의 다양한 사안을 청원했고, 일부는 많은 이들의 동의에 힘입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30일 이내 20만건 이상의 추천'이라는 기준을 넘어선 청원에는 청와대가 답변도 내놨다.

다만 그림자도 짙다. '군대 내 위안부 창설'이나 '방탄소년단(아이돌그룹) 군 면제' '자유한국당 해산심판 청구' 등의 무분별한 청원이 게시판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폭력적.선정적인 청원도 많은 데다 현행 법제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청원이나 사법부.입법부의 영역으로 번지수를 잘못 찾은 청원도 부지기수다.


실질적으로 국정에 반영되느냐에 대해서도 의문은 제기된다. 최근 청와대가 답변한 낙태죄 관련 이슈는 사회적 논쟁만 격화됐을 뿐 진중한 논의를 위한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청와대가 답변한다고 한들 현실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무용론까지 고개를 든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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