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익의 재팬톡!]

“비싼 통신요금 못참아”..日, 제4이통 추진

- 일본, 배울것은 배워야 한다.④
- 터무니없이 비싼 일본 통신요금
- 日정부 ‘5G’ 전파 할당에 경매제도 도입
- 제4이통사 체제 마련해 통신요금 경쟁 유도
- 라쿠텐 제4이통사 입후보...6000억엔 투자 약속 
- 韓 MB정부 이후 7차례 4이통사 시도...대기업 컨소시엄 참여 가능


일본 소프트뱅크 사의 통신료 청구서 /사진=fnDB
【도쿄=전선익 특파원】“월 데이터 5GB 플랜을 사용하는데 단말기 대금 없이도 한 달 요금이 9192엔(한화 약 9만원)이 나와요.”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마츠모토 겐이치(가명, 40대, 남성)씨는 자신의 11월 핸드폰 요금 결제 청구서를 보여주며 넋두리를 늘어놓았습니다. 미국과 한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그는 “일본의 통신요금은 사악하리만큼 비싼 편에 속한다”며 “일본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를 선정하기로 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아베 내각을 극찬했습니다.

일본의 통신료는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요? 이유는 통신 3사의 과점 때문입니다. 일본은 도코모, AU, 소프트뱅크 등 3사가 통신 시장 90%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과점 체제가 가격 인상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통신업계도 예외는 아닌 듯 합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가계에서 차지하는 통신비의 비중은 20% 가까이 늘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015년 “일본의 이동통신 업계는 3개사 체제로 고착돼 있어 경쟁 정책이 없다”고 지적하며 통신업계에 요금 인하를 검토하도록 요청한바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통신요금이 비싼 것을 보면 큰 효과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안보법 개정으로 하락해 40%대를 겨우 유지할 때였습니다. 경제문제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받던 터라 '단순히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듯합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아베 내각은 장기집권 틀을 만들고 나서 결국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11월 27일 차세대 고속통신 ‘5G’ 서비스에 신규 참가자를 모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주파수 할당 제도를 재검토해 심사 기준을 공개하고, 주파수 경매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제4이동통신사의 시장 진입 통로를 만들어 경쟁을 확대하고 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작전입니다.

사실 일본의 주파수 경매제 도입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매우 늦은 편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5개국 중 경쟁입찰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 곳도 없기 때문입니다.

‘주파수 경매’란 정부가 공공재원인 방송통신용 전파(주파수)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통신사에 할당하는 제도입니다. 1990년대 초 몇몇 국가가 시작했고 미국에서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크게 확산됐습니다. 한국은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2011년 8월 처음 시행했고 당시 SK텔레콤과 KT가 격돌해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일본 총무성은 내년 자세한 구조를 세우고 2019년 정기 국회에 전파법 개정안을 제출해 주파수 경매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라쿠텐 기업 로고 /사진=fnDB
일본 정부가 주파수 경매의 문을 열자마자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온라인쇼핑몰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라쿠텐’입니다. 라쿠텐은 2018년 1월 이동통신 사업을 위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오는 2025년까지 6000억엔(약 5조8013억원)을 투자해 기지국 등을 마련하고 향후 1500만명 이상의 고객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통신업계에서는 라쿠텐의 이 같은 결정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일본 이동통신 시장도 이미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고 번호이동 또한 정부의 캐쉬백(Cash back) 규제로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통신망 구축비용 외에도 포화에 가까운 시장에서 가입자를 모집할 마케팅 비용도 감당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동통신 3사의 연간 마케팅 비용이 무려 8조원 가까이 듭니다. 물론 전액 현금이 필요합니다.

이런 모든 이유로 보통은 시장이 80% 이상의 포화도를 보일 경우 통신망을 새로 깔고 이동통신 사업을 하는 신규사업자 대신 MVNO방식(기존 이동통신 사업자의 통신망을 임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일본 라쿠텐 모바일 홈페이지 /사진=라쿠텐 모바일 홈페이지
하지만 일각에서는 라쿠텐이 이동통신 시장에 뛰어들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분석합니다.

닛케이신문은 라쿠텐이 이동통신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로 경쟁자 견제를 꼽았습니다. 일본 이동통신 3사는 최근 인터넷 쇼핑 사업에 앞 다퉈 진출하고 있습니다. 도코모는 ‘d쇼핑’이 있고 KDDI는 DeNA에서 인수한 ‘와우마(Wowma!)’가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계열사 야후의 ‘야후 쇼핑’이 있습니다. 이들 이동통신사들은 자신들의 쇼핑몰에서 쇼핑을 할 경우 통신비용으로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적립해주며 고객 유치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라쿠텐은 아마존에 밀려 점점 고전하게 되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 이들이 진출하는 것을 두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라쿠텐은 또 통신시장 진입을 통해 강점인 신용카드 사업과 포인트 서비스 사업을 더욱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라쿠텐의 신용카드 회원수는 지난 4월 현재 1400만건을 돌파했습니다. 라쿠텐은 자사의 신용카드를 통해 통신비를 내고 물건을 사게 만들거나 라쿠텐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통해 라쿠텐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케 하는 ‘라쿠텐 생태계’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동통신 사업이 처음이 아니라는 장점도 있습니다. 라쿠텐은 이미 이동통신 사업에 한발 담군 상태입니다. NTT도코모의 회선을 빌려 MVNO 사업 ‘라쿠텐 모바일’을 운영 중입니다. 지난 11월 기준 140만의 가입자를 확보할 정도로 규모도 작지 않습니다. 알뜰폰 사업이다 보니 계약당 수익이 낮고 도코모 지불 접속료도 있어 이익률은 높지 않습니다만 이미 사업을 진행 중인 분야고 고객도 확보된 분야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제4이동통신 사업자의 등장 소식은 정부와 시장, 소비자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제4 이동통신 선정을 통한 시장 경쟁 활성화 방안을 꾸준히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7차례나 선정 작업이 진행 됐지만 적절한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도입이 무산되는 진통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기업 몇몇이 컨소시엄 형태로 제4 이동통신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업계에서 솔솔 나오고 있어 관심이 높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무턱대고 새로운 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있습니다. 시장을 얕보고 덤빈 신규사업자가 시장에 안착 못할 경우 그 피해는 모두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또 초기에 산업 발전을 위해 투자를 감행한 기업들에 대한 보상도 잊지 말아야합니다. 이런 모든 부분들을 고민해야 하는 정부는 정말 머리가 복잡할 것 같습니다.

한국보다 한발 먼저 제4이동통신 시대를 열려고 하는 일본.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입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