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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열악한 중환자실이 부른 참사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8 16:53

수정 2017.12.18 16:53

[차장칼럼] 열악한 중환자실이 부른 참사

또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4명의 환아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한꺼번에 4명의 신생아가 목숨을 잃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에서도 중환자실의 감염을 의심하고 있다.

실제 사망한 신생아 3명은 사망 전인 오후 3시쯤 혈액배양검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 당일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발생하자 의료진이 검사를 지시했다.
물론 배양검사 결과를 확인하려면 20일 이후나 돼야 한다.

우선 신생아가 사망한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그에 따른 책임은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숙아가 증가하면서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우리나라는 출생아수 감소와 산모 평균연령 증가, 인공수정으로 인한 다태아 임신 등으로 37주 미만인 미숙아가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미숙아 수는 2005년 2만498명으로 전체 신생아의 4.8%였지만 2015년에는 전체의 6.9%인 3만408명을 기록했다. 문제는 국내 병원의 중환자실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도 의료진이 병원에 최소한의 인력으로 있는 시간인 토요일에 발생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국내 병원은 중환자실 인력 부족과 감염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43개 기관 중 1등급 기관은 11개로 전체의 25.5%에 불과하다. 충청도, 제주도, 강원도, 전라도는 1등급 중환자실이 없다. 이는 중환자실이 병원에서 적자를 발생시키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부족하다. 우리나라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의 1인당 중환자실 평균 44.7병상을 담당한다. 1등급 판정을 받은 상급종합병원만 전담전문가 1인당 평균 16.8병상을 담당하고 있다. 전체 중환자실이 있는 의료기관 265개 중 전담전문의가 있는 곳은 87개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현실만 봐도 중환자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중환자실에서 최근 3년간(2013~2016년) 내과 및 외과 중환자실 병원 내 감염건수는 7975건에 달했다. 주로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황색포도알균, 장알균, 칸디다균, 폐렴간균, 응고효소음성포도구균에 감염됐다.
중환자실은 면역력이 약한 중환자들이 있는 곳이어서 감염에 굉장히 취약하다.

보건당국은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만 단기처방을 내리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중환자실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앞으로 비슷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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