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고독사,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수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8 16:59

수정 2017.12.18 16:59

[기자수첩] 고독사,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살이 에이는 듯한 칼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올겨울은 유난히 더 춥고 매섭게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 고독한 죽음에 이르는 '고독사'가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소외되고 각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외롭게 살다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혼자 쓸쓸히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부산에서는 지난 4일부터 5일 연속 고독한 죽음을 맞은 이들의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 지난 14일 또 한 건의 고독사가 발생했다.


올해 지난 6월 이후 부산에서만 30명이 넘게 고독사했는데, 40~50대 중장년층 비율이 절반 가까이나 차지했다. 이제 고독사가 더는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취업난 등으로 20~30대 청년층도 잠재적 고독사 위험군에 분류될 정도로 고독사는 전 연령층의 문제가 됐다.

고령사회에 1인가구가 늘면서 고독사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정부에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아쉬울 따름이다. 보다 실질적이고 강력한 생활 속의 대안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집중된 고독사의 예방대책을 전 연령층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한 재정 지원만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마을공동체' 문화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 이미 노인 인구가 많은 농촌에서는 노인들을 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하는 '공동거주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고독사는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도시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새로운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부상한 일본의 경우 세입자의 고독사로 인한 주택 임대업자의 손실을 보상하는 고독사 보험상품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또 쓰레기나 가스, 수도 사용량 확인을 통해 홀로 사는 노인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 등 다양한 예방대책으로 효과를 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도 갈수록 늘어가는 고독사를 관리하고 예방하기 위해 일본 등 선진국에서 검증된 제도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고독사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잘 모르는 메마른 요즘 시대에 시민 개개인의 공동체의식 회복이 절실하다.
이웃을 향한 작은 배려와 관심으로 쓸쓸한 죽음을 막을 수 있길 바란다.

sr52@fnnews.com 강수련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