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자식을 가슴에 묻습니다"..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오열 속 발인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9 15:07

수정 2017.12.19 15:07

19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유족들이 숨진 신생아가 운구차에 실리는 모습을 보며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김유아 기자
19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유족들이 숨진 신생아가 운구차에 실리는 모습을 보며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김유아 기자


19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흰색 천으로 덮인 작은 상자가 병원을 빠져나와 운구차로 향했다. 상자 안에는 세상 빛을 본 지 40여일만에 숨진 조모군이 잠들어 있었다. 조군 부모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어떡해..."만 연신 되뇌며 흐느꼈다. 서로에게 기대 한참 동안 아이가 잠든 상자를 바라봤다.
이들은 아이가 운구차에 실리자 터지는 울음을 참지 못한채 오열했다.

■운구차에 실리자 오열
이대목동병원에서 연이어 사망한 신생아 4명의 장례를 모두 치른 이날 유족들은 슬픔을 억누르지 못했다.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이유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일부 유족은 병원이 참여시킨 모유 수유 관련 임상실험에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6일 저녁 9시 30분부터 11시 사이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남아2·여아2)이 잇달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인 규명을 위해 1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부검한 뒤 시신을 유족들에게 돌려보냈다.

생후 9일째에 숨진 정모양 아버지는 마스크를 끼고 발인을 진행했다. 비통한 표정으로 그는 직원이 상자를 운구차에 싣는 모습만 묵묵히 지켜봤다. 운구차 문이 닫힐 때까지 상자를 바라보던 그는 조수석에 앉자 아이의 죽음이 실감난 듯 연신 눈물을 닦았다. 신생아들에 대한 발인은 이날 장례를 치른 직후인 오전 6시 30분, 8시, 10시 30분, 1시 20분에 각각 진행됐다. 신생아 시신은 발인을 거쳐 각각 서울가족추모공원과 경기도 청아공원, 인천 가족공원, 경기도 벽제중앙승화원으로 출발했다.

/사진=김유아 기자
/사진=김유아 기자

이날 일부 유족은 병원이 신생아들에게 모유를 먹이는 임상실험에 대해 제대로 설명 없이 참여시켰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조군의 발인을 앞두고 병원 사무실을 찾은 조군 아버지는 "임상실험에 참여했다는 말은 들은 적도 없었는데 오늘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면서 "직접 사인한 동의서에 '임상실험'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병원 측에 자료를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유족과 경찰 등에 따르면 주치의였던 이화여대 한 교수는 신생아 부모들을 모유 수유 효과와 관련된 임상실험에 참여시켰다. 이번에 숨진 신생아 2명의 부모도 포함됐다. 의료진 지시에 따라 신생아 부모들은 매일 모유를 짜내 얼린 뒤 의료진에게 전달하거나 신생아 중환자실 내에서 직접 수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설명 제대로 않고 임상실험"..경찰, 압수수색
그러나 한 유족은 산모 모유를 먹이는 행위가 임상실험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인 직전 이대목동병원 운영사무실을 찾은 유족은 "간호사가 연구 목적으로 데이터 수치를 보내도 되겠느냐고만 물었지 임상실험과 관련해서는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다"며 "사인한 연구동의서를 보여달라고 했지만 아직 병원 측도 못 찾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미쳤다고 갓 태어난 아이를 데리고 실험하라고 했겠느냐"며 "아이가 응급처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설명도 못 듣고 시간에 쫓겨 일단 사인했을 뿐"이라며 쉰 목소리로 설명했다.
유족은 모유 수유 실험이 아이의 사인과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신생아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모유 수유 관련 실험을 인지하고 있다"며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은 감안하되 다른 복합적인 요인도 함께 염두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이대목동병원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자료가 충분히 모이면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