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靑·재계 회동 무산… 소통은 잦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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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위해 기업 껴안아야.. 공개리에 만나 뒷말 없도록

청와대는 20일 김현철 경제보좌관 주재로 가질 예정이던 재계와의 간담회를 취소했다. 간담회는 김 경제보좌관의 요청으로 추진됐으며 비공개 만찬 형식이었다. 재계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등 8대 그룹 대표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취소한 이유는 비공개 일정이 언론에 알려져 허심탄회한 논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재계와의 소통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어 적절한 시기에 간담회를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주요 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가진 이후 청와대와 재계 사이의 소통 채널은 사실상 막혀 있었다. 그동안 새 정부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을 밀어붙였다. 각종 규제는 풀리지 않고 친노동·반기업 정책들만 이어졌다. 그 결과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감퇴되고, 신규채용 여력은 고갈됐다. 연간 일자리 증가 폭 마지노선인 30만명 선이 무너져 두 달(10~11월) 연속 2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재계와 소통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는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경제보좌관 채널이다. 과거 정부에서는 청와대와 재계 간 소통채널이 경제수석이었다. 경제수석은 재계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기 용이한 측면이 있지만 정경유착의 소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경제보좌관은 일상적 정책결정 라인에서 한발 물러서 있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로운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비공개 간담회가 투명한 국정운영을 약속한 문재인정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동 사실과 논의 내용을 공개해서 불필요한 의혹 제기나 뒷말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청와대와 재계는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중 관계 복원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대중국 진출전략 마련에 양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18일 재외공관장 만찬회에서 "신남방과 신북방 정책을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과 연계해 우리 경제 활용영역을 넓히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신남방.신북방 정책은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추진하는 새 정부 역점사업이다. 소나기 식으로 쏟아낸 반기업 정책들이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재계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일도 시급하다. 눈앞에 닥친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지원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청와대가 재계와의 소통채널 복원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중요한 국정과제 가운데 정부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으면 한다. 국정의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기업을 껴안아야 한다. 청와대와 재계의 원활한 소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