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려면

올해는 우리나라 경제가 회복세를 보여 경제적 성과도 괜찮지만 경제정책의 큰 틀이 바뀌는 한 해이기도 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추진해온 '기업투자 중심(친기업)' 정책에서 '사람 중심(친근로자)' 정책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정부는 사람 중심 경제를 구현시키기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우리에겐 낯설고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이기에 불안하다. 그래서 우리와 경제.사회적 배경이 다르지만 유사한 길을 걸었던 다른 나라들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브라질과 네덜란드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의 나갈 방향을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브라질은 2003년 룰라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브라질판 소득주도성장을 실행했다. 브라질은 '보우사 파밀리아'라는 복지정책을 통해 내수증진을 추진했다. 월소득액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가정에 현금을 지원했으며, 저소득층을 위한 무상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했다. 또한 공무원을 증원해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안정적인 소득으로 내수증진을 꾀했다. 그러나 증원된 공무원으로 인해 임금과 연금이 빠르게 증가해 재정적자의 주범이 되었다. 룰라 정부가 집권하면서 최저임금도 대폭 인상했다. 그러나 브라질의 노동시장은 매우 경직적으로 유지돼 브라질 경제의 역동성을 잃게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브릭스 국가의 일원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으나(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의 효과가 컸던 것으로 추정됨), 최근에는 저성장과 고실업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침내 올해 7월 브라질도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해 노동법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반면에 네덜란드는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확보와 임금억제를 통해 성장과 고용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폴더모형(Polder model)으로 널리 알려진 노사정협의체제(노동자, 사용자 및 정부)를 통해 경제난을 극복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이용하여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00~2016년 네덜란드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해고를 엄격히 적용해 노동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대신에 임금인상(연평균 0.76%)을 억제했다. 노사정협의체를 통해 노동시장의 안정성과 유연성 간에 균형을 유지했다. 네덜란드 노조는 현 세대의 이익(임금 상승)보다는 미래 세대의 고용(현재 임금 억제)을 선택했다. 한편 한국은 동기간에 임금상승률이 1.41%(네덜란드의 2배)로 OECD 국가들보다 높았으며,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높아 국제경쟁력 유지에 적신호가 켜졌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대기업·정규직 근로자의 이익을 주로 대변하고 있어 사회적 대타협에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88%나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근로자와 수백만명의 비정규직 및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청년 구직자들은 아예 소외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모형이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 간의 대타협과 협력이 중요하다. 노사정위원회의 역량에 따라서 브라질 모델로 갈 것인지, 네덜란드 모델로 갈 것인지 판가름 날것이다.

이윤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