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스포트라이트 토익이 뭐길래]

"응시료만 연 800억, 토익 대체시험 없나"… 시험위주 교육 바꿔야

지령 5000호 이벤트

(6.끝) 한국형 토익 '니트'의 몰락… 대안은?
2008~2013년 토익응시료 총 4841억9930만원 달해
정부, 2008~2013년 니트에 들인 비용 총 587억원인데
대학 32곳, LG CNS.코리아중앙데일리 등만 니트 반영
교육부 "국회 반대.예산지원 없인 대체시험 개발 어렵다"

토익(TOEIC)을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토익을 대체할 만한 시험은 왜 없는 걸까'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법하다. 당장 토플(TOEFL), 텝스(TEPS) 등이 후보로 떠오르지만 이들도 토익을 대신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밖에 플렉스(FLEX), 토셀(TOSEL) 등도 있지만 인지도가 토플, 텝스보다 낮은 편이다. 정부는 토익 응시료로 인한 외화 유출 논란이 일면서 토익을 대체할 시험으로 니트(NEAT·National English Ability Test)를 개발했으나 이마저 실패로 끝났다. 이에 따라 토익의 아성을 넘볼 시험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수백억 들인 한국형 토익 '니트'의 몰락

니트는 이명박정부에서 약 3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2012년 도입됐다. 말하기와 쓰기도 가능하도록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고 토익, 토플 등 시험 응시료로 발생하는 외화 유출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다. 니트는 성인용 1급과 학생용 2~3급으로 구분되며 1급 시험이 기존 토익을, 2~3급은 향후 수능 영어과목을 대체한다는 게 당초 교육부 목표였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니트에 대한 의지가 약화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니트에 대한 교육부 보고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니트 2.3급도 대체 시기가 당초 2015년 시행목표에서 2018학년도 이후로 유보됐다. 경찰청 역시 2014년부터 순경 채용시험에 니트 1급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교육부와 협약체결 직전에 무기 연기했다.

시행 과정에서 시스템 문제도 있었다. 첫 시행을 앞두고 전산시스템 점검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먹통이 발생한 데다 무더기 전산오류가 발생해 수십명의 응시생이 피해를 보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그러다 보니 응시자도 턱없이 적었다. 매년 응시자가 5000여명에 불과해 교육부가 응시자 목표인원으로 정했던 1만5000~2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교육부는 국내외 연수대상 교사 선발에 필요한 영어 성적으로 니트를 활용하고, 각 부처 소속 연구기관 및 공기업 승진과 채용시험에 니트를 반영하도록 요청했지만 호응이 별로 없었다. 니트 1급 시험을 반영하는 곳은 대학 32곳과 LG CNS, 코리아중앙데일리 등 기업 2곳에 불과했다.

결국 2015년 정부 예산안에서 교육부의 '영어능력평가시험 운영비' 8억5500만원과 '영어능력평가시험 개발비' 18억4000만원이 모두 반영되지 않으면서 니트는 폐지됐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2008~2013년 니트에 들인 비용은 총 587억원에 달하지만 세금만 낭비한 셈이 됐다.

■니트 도입.폐지되는 새 국내 토익 응시료 4841억 넘게 지출

정부가 토익 대체용도로 만든 니트가 자리 잡지 못하는 사이 막대한 외화가 토익 응시료로 빠져나갔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08~2013년 토익 국내 응시자 및 응시료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총 1219만2319명(복수응시 포함)이 4841억9930만원의 응시료를 냈다. 연도별 응시료 및 응시자는 △2008년(3만7000원, 189만6972명) 701억8796만원 △2009~2011년(3만9000원, 613만1076명) 2391억1196만원 △2012~2013년(4만2000원, 416만4271명) 1748억원9938만원 등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니트마저 실패로 끝나면서 당분간 토익 대체시험을 만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시 국회에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해 니트가 폐지됐던 만큼 국회가 반대하고 예산 지원이 없으면 (대체시험 개발은) 어렵다"고 밝혔다.

니트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황종배 건국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니트가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며 지금이라도 토익을 대체할 시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황 교수는 "니트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다 평가하는 시험으로 잘 만들었으나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적 이유로 사라졌다"며 "토익이 학생들에게 과도한 비용부담을 요구하고 실질적인 효용성에 비해 너무 많이 사용되고 있는 만큼 이를 대체할 시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동일 중앙대 영문과 교수는 토익 무용론에 공감하면서도 토익을 대체할 시험을 만들기보다는 시험 위주의 영어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이다.

신 교수는 "니트가 토익, 토플을 대체하겠다고 나온 것인데 학부모들이 공교육 인프라 부족에 불안감을 느껴 니트를 사교육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토익을 또 다른 시험으로 대체하는 것은 토익이 갖고 있던 문제를 또 다른 시험이 그대로 떠안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험으로 자꾸 무엇인가를 해결하려는 시험 기반의 정책이 문제"라며 "시험을 준비하지 않고도 제대로 된 영어교육을 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