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가상통화거래소, 소잃고 외양간 고칠라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1 17:10

수정 2017.12.21 17:10

[데스크 칼럼] 가상통화거래소, 소잃고 외양간 고칠라

가상통화거래소가 해킹으로 문을 닫게 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정부 당국이 가상통화거래소 해킹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결국 유빗이라는 가상통화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파산절차에 돌입했다. 특히 유빗은 지난 4월에도 해킹을 당한 전력이 있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당시 55억원의 가상통화를 도난당했고, 이번에는 170여억원에 이른다. 그동안 국내 가상통화거래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난립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수없이 제기됐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거나 오픈을 앞둔 국내 가상통화거래소는 30여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빗썸이나 코인원 등 잘 알려진 거래소들 외에 중국과 일본 가상통화거래소까지 진출, 시장을 키우는 바람에 영세한 가상통화거래소들도 앞다퉈 문을 열고 있다.

가상통화거래소를 열고 싶다며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써달라는 문의전화도 오고 있다. 일부 코스닥업체는 보도자료를 통해 가상통화거래소를 조만간 오픈한다고 홍보해 놓고 공시에는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아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가상통화 광풍이 몰고온 요즘 세태가 정말로 우려스러운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정부 당국이 규제를 포함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말의 성찬만 있을 뿐 시장을 제어할 만한 수단이 없어 더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가상통화거래소의 허술한 보안은 투자자들에게 치명적이다. 허술한 보안으로 해커에게 뚫리게 되면 투자금을 한 푼도 찾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가상통화거래소마다 높은 수준의 안전장치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빗썸 등 국내 최대 규모의 거래소마저 서버 중단이 잇따르고 있어 투자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정부는 유빗이 파산절차에 들어가자 긴급히 가상통화거래소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방지대책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책 중 하나인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지정 의무화의 경우 과기정통부에 신고하지 않으면 3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가상통화거래소의 매출 규모로 볼때 턱없이 적다는 지적이다. 개인정보 유출 시 부과되는 과징금 기준도 직전 3년간 매출액 평균 3%, 매출액이 없을 경우 4억원 이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법 개정을 통해 더 높은 과징금을 부과키로 한 것도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가상통화거래소 유빗 해킹을 계기로 정부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칫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사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가상통화거래소에 대한 정확한 숫자와 거래 규모 등을 포함한 실태 점검부터 신속히 해야 할 것이다. 뭘 알아야 맞춤형 대책을 내놓지 않겠나. 해킹에 대비한 보안 조치 강화도 서둘러야 한다. 위법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벌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개인정보가 유출돼도 솜방망이 과징금 정도로 끝난다면 보안 문제는 해결할 수가 없다. 한국거래소 역시 가상통화거래소 개설과 관련해 공시 등에 대해 실정법 위반이 없는지 철저하게 감독해야 한다.
그래야만 잘못된 투자정보에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shin@fnnews.com 신홍범 증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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