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익의 재팬톡!]

씁쓸한 '리얼충' 대행서비스

【 도쿄=전선익 특파원】 '리얼충'을 아십니까?

한국에서는 생소하기만 한 단어다. '리얼충'이란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온라인 관계가 아닌 실제 사회에서 인간관계나 취미활동을 즐기는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을 뜻하는 속어다. 반면 '리얼충 대행서비스'란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처럼 꾸며주는 대행서비스다. 한국의 '결혼식 하객 알바'도 대표적인 리얼충 대행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리얼충 대행서비스는 한발 더 진화하고 있다. 애인이나 친구, 가족까지 대행해준다. '아버지.어머니 대행'과 '자식(아이) 대행'을 이용하면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가족도 바로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에는 누군가에게 된통 야단을 맞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꾸지람 대행', 누군가에게 대신 사과해 주는 '사과 대행', SNS 속 인기인처럼 보일 수 있는 'SNS 대행' 등 정말 대행해줄 수 있는 건 뭐든 다 대행해 주는 모습이다. 이 모든 서비스는 시간당 약 8000~1만5000엔(약 7만6000원~14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일본에서 '리얼충 대행서비스'가 확산되는 이유는 '나홀로족'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직장이나 학교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미 10년 전인 2007년 '혼밥'을 즐기는 직장인이 전체의 30%를 차지했을 정도니 말이다. 타인과 섞이기보다 혼자 자유를 느끼는 것이 더 좋다고 느끼는 나홀로족은 이미 일본 사회를 대표하는 사회현상이 됐다.

일본 직장에서는 사내 회식문화도 사라져가고 있다. 시티즌시계(도쿄)가 지난 4일 1년차 사회인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일본의 신입사원의 41.5%가 '상사와 회식이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결국 리얼충 대행서비스는 사회관계를 쌓는 데 어색해하는 일본의 나홀로족을 위해 생겨난 서비스다. 혼자이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자신이 현실에서 인기가 많은 사람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다. '나홀로족'은 자칫 잘못하면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발전할 수 있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점차 이들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 전국 지자체 절반가량이 이들의 취업지원을 포기했다. 은둔형 외톨이들이 사회에 복귀하기를 원하지 않아 지자체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리얼충 대행서비스'는 이런 일본의 사회적 현상에서 자연스레 태어난 이색 서비스다. 어디까지 발전할지는 알 수 없다.
한국도 최근 나홀로족 문화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1코노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1인가구도 늘고 있다. 한국의 1인가구들도 머지않아 리얼충 대행서비스를 찾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sijeon@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