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오락가락 공정위, 정부 리스크 너무 크다

삼성 합병 해석기준 뒤집어.. 정책 예측가능성 더 높여야

공정거래위원회가 21일 삼성SDI가 가진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추가로 팔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금지 해석기준을 바꾼 데 따른 조치다. 문제의 지분은 2년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함으로써 순환출자 고리 안으로 들어온 지분 904만주 가운데 일부다. 공정위는 당시 404만주에 대해서는 적법하다고 보고 나머지 500만주만 팔도록 했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 조치에 대해 "과거의 잘못된 법 해석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순환출자에 대해 기존분은 인정하되 신규 출자는 금지하고 있다. 합병을 하면 순환출자 고리에 변화가 생긴다. 그 변화를 기존의 출자 고리가 강화된 것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신규로 출자 고리가 생긴 것으로 볼 것이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공정위는 404만주에 대해 2년 전에는 기존분으로 보았다가 이번에 신규분으로 해석을 바꾼 것이다.

공정위가 2년 전에 내렸던 결정은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던 부분이다. 당초 전원회의에서 904만주 전량 매각을 결정했다가 1주일 만에 500만주 매각으로 뒤집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외압설이 나돌기도 했다. 법원도 이재용 부회장 1심 판결에서 이 부분을 '성공한 로비'로 보았다. 법리 다툼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법 해석 오류를 바로잡았다는 공정위의 설명이 대체로 설득력을 갖는다.

그렇더라도 공정위의 법 집행은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신뢰의 문제다. 기업 합병은 공정거래 정책의 핵심적 분야이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재계의 큰 관심사였다. 이런 중요한 업무에 대한 결정이 불과 2년 만에 뒤집힌다면 기업들은 정부를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이 추가로 처분해야 하는 404만주는 시가로 5000억원이 넘는다. 추가 매각 이행시기를 6개월 유예해준다고 하지만 시장에 미칠 충격과 소액주주 보호 등을 감안하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공정위의 결정 번복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크게 훼손된 것도 문제다.
법 집행기준이 고무줄 잣대여서는 곤란하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중요한 정책 결정이 달라진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공정위는 이제라도 문제가 된 해석기준을 포함해 신규 순환출자 금지제도 관련 법규를 전면 재정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