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차관칼럼

[차관칼럼] 공공조달시장에 부는 혁신의 바람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4 16:45

수정 2017.12.24 16:45

[차관칼럼] 공공조달시장에 부는 혁신의 바람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영국의 소프트웨어 설계자였던 청년 닐 팹워스가 성탄절을 앞둔 1992년 12월 3일, PC에서 휴대폰으로 발신한 최초의 문자메시지다. 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를 연 원동력이 됐다. 그는 당시 이 메시지가 현재 소통의 흐름을 지배하는 도구가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최근에는 초연결, 초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우리 삶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애플, 아마존 같은 정보기술(IT) 공룡뿐 아니라 GE, 지멘스 같은 전통적 강자들도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기법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품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첨단 디지털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공공조달시장 역시 빅데이터, AI 등 핵심기술과 기존 상품.서비스, 산업 간 융복합이 커다란 '변화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를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발전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한 발 앞서 준비할 수 있는 조달시스템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지난 7월 조달청장에 취임한 이후 향후 5년간 공공조달시장을 이끌어갈 먹거리를 고민해왔다. 지난 19일 발표한 '고객중심의 조달행정 발전방안'은 이러한 고민의 첫 결과물이다.

발전방안의 내용은 조달업무 추진과정에서 고객.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고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는 '고객중심 조달', 조달기업의 혁신 성장을 돕는 '혁신 조달'과 공정한 조달환경을 조성하는 '공정 조달'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고객들이 조달행정 개선사항을 조달청과 함께 토론하는 쌍방향 소통창구를 만들 계획이다. 물론 여기에서 논의된 내용의 추진상황도 주기적으로 공개하게 된다. 또한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정부 종합쇼핑몰인 나라장터도 전면 개편한다. 15년 만에 재구축하는 나라장터는 클라우드, AI 등 신기술이 채택된다. 신속·정확하게 민원을 해결하는 AI 상담사를 도입하고 해킹이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로 보안성도 대폭 강화된다. 당장 내년부터 조달시장 분석, 수요 예측 등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수요기관, 조달기업에 제공하면서 고객중심의 조달청으로 거듭나려고 한다.

다음은 혁신 조달이다. 시장진입과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창업·벤처기업이 '벤처나라'를 거쳐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입점하고, 해외조달시장 진출로 성장해가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 드론, 지능형 로봇 등의 연구개발(R&D)과 공공구매 연계를 확대해 조달기업의 혁신 성장을 지원하려고 한다. 특히 시장이 주도하는 새로운 혁신 조달 방법도 도입한다. 기업이 제안한 혁신기술에 따라 신제품·서비스를 개발해 구매하는 '공공 혁신기술 장터' 플랫폼을 의욕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상생.협력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도록 조달제도가 설계되고 운영된다. 아울러 가격 부풀리기, 인증 위변조 등 불공정행위를 근절시켜 공정조달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특히 어려움이 많은 하도급업체를 위해 계약체결부터 대금지급까지 모든 과정을 전자적으로 투명하게 처리하는 '하도급지킴이' 이용을 활성화해 대금 미지급이나 임금체불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정부는 최근 혁신 성장의 방향을 '캥거루 출발법'으로 정리했다.
1896년 아테네올림픽 100m 결승전에서 캥거루처럼 웅크려 출발하는 크라우치 스타트로 금메달을 딴 토머스 버크와 같은 '발상의 전환'을 강조한 것이다. 색다른 접근방법이 공공조달시장에도 필요하다.
'AI상담사' 도입, '공공 혁신기술 장터' 구축 등의 조달행정 발전방안이 이제껏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박춘섭 조달청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