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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기업 '보여주기식 봉사' 이제 그만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4 16:46

수정 2017.12.24 16:46

[차장칼럼] 기업 '보여주기식 봉사' 이제 그만

기업의 선행 소식 중 매해 연말이면 빠지지 않고 언론에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있다. 바로 김장담그기, 연탄배달, 농촌일손돕기 등이 대표적이다. 임직원들이 나와 김장을 담그는 사진이나 쪽방길에 길게 늘어서서 연탄을 나르는 모습이 '사랑의 ○○○봉사활동'이라는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쏟아져 나온다. 모든 기업의 활동내용도 같고 사진도 판박이다. 마치 쓰지 못한 연차휴가를 몰아서 쓰듯 연말만 되면 이런 봉사활동 쏠림현상이 반복된다.

꽤나 이름이 알려진 사회복지기관에서는 매년 연말이면 봉사활동을 하러 오겠다는 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져 연말이 되면 오히려 성가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왜 기업들은 연말에 사회공헌활동을 몰아서 하는 걸까. 연탄배달과 김장김치는 계절적으로 겨울이 제철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동시에 이른바 사진을 찍어 홍보하기에 좋은 아이템이 많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한 대기업의 봉사활동에 동행했던 지인은 실제로 사진을 찍으러 온 것인지 봉사활동을 하러 온 것인지 모르겠다는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소비자나 수혜자나 모두 기업의 판박이 일회성 '언론 플레이'에 식상해한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패션업계 10대 뉴스의 핵심 내용으로 '의식있는 소비자 출현'을 꼽았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나 평소의 상시적인 사회공헌활동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말에 몰아서 하는 사회공헌활동은 소비자들에게도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비용은 비용대로 들이고 업이 원하는 '따뜻한' 이미지를 쌓지도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기업 경영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강조되면서 웬만한 대기업에는 사회공헌 담당부서가 따로 있을 정도로 이제 사회공헌이 기업 활동의 일부가 됐다. 그렇다면 어차피 비용을 들여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거라면 연말에 한꺼번에 하기보다는 평소에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어떨까. 일회성으로 큰 금액을 후원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관련 기관들은 입을 모은다. 봉사활동도 마찬가지다. 아동복지시설 직원들은 연말이면 봉사를 하겠다고 주말마다 몰려드는 이들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이 지친다고 하소연한다.

연말에 쏟아지는 사회공헌 보도자료는 기사를 쓰는 기자 입장에서도 낯뜨겁다.
비슷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매년 보내는 기업 홍보팀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그런 기사를 반복해서 봐야 하는 독자들이야말로 가장 불편할 게다.
만만찮은 비용에다 수고로움까지 더했지만 빛나지 않는 틀에 박힌 연말 사회공헌활동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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