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근로시간 단축법 또 외면, 무책임한 국회

지령 5000호 이벤트

기업들은 아우성인데 임시국회는 개점휴업

12월 임시국회가 아무런 성과 없이 마무리될 공산이 커졌다. 여야가 내년 6월 지방선거 투표와 동시에 개헌투표를 할지 여부에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다. 지난 22일 본회의 무산으로 이번 임시국회에 접수된 법안 226건 가운데 처리하지 못한 법안은 223개나 된다. 20대 국회 전체로 보면 7800건이 넘는다.

속을 들여다보면 더 한심하다. 국가정보원 개혁 같은 법안이야 여야 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라 해도 경제활성화에 꼭 필요한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근로기준법 개정안까지 무산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여야가 의원 보좌진을 8명으로 늘리고 국회의원 연봉을 1억4000만원으로 올리는 데는 한통속이면서도 민생법안 처리에는 눈을 감은 것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다.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에 이어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68시간→52시간)까지 밀어붙이려 하자 아우성이다. 중기단체들은 "근로시간을 한번에 24% 줄이면 공장을 돌리지 말라는 얘기"라며 반발한다. 중기중앙회는 현재 중소기업 인력 부족은 27만명 수준인데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추가로 44만명이 모자랄 것이라고 우려한다. 8조6000억원의 추가 비용부담이 생긴다는 보고서도 있다.

현재 국회에는 기업 규모에 따라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고, 휴일수당을 1.5배 지급하는 내용의 3당 합의안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일부 여당 의원 등의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 법 통과가 무산되면 근로시간 단축은 정부의 행정해석 폐기나 대법원 판단에 맡겨지게 된다. 대법원이 내년 3~4월 노동계의 손을 들어줄 경우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

내년 급격하게 인상되는 최저임금의 부작용은 벌써 현실로 나타났다. 당장 생활물가가 오르고 경비원, 아르바이트 자리가 수만개씩 사라진다.
18대 국회부터 논의해온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아직까지 처리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대법원이 2011년부터 7년째 휴일수당 관련 판단을 미뤄온 것도 정부와 정치권에 해결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여야는 내년 1월 9일까지 남은 임시국회 기간 중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중소기업의 충격을 최소화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