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온라인 무법지대] SNS에 ‘아이스’ ‘작대기’… 법망 비웃는 마약 광고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4 16:48

수정 2017.12.24 16:48

(하) SNS에 ‘아이스’ ‘작대기’… 법망 비웃는 마약 광고
대부분 해외사이트…국내법 적용 어려워
‘아이스’ 단어 검색만 하면 마약 판매 광고 쉽게 접해.. 거래 은밀해 검거 어려워
공급 대부분 해외서 이뤄져 국제 공조수사 필요성 제기
SNS에 올라온 마약 판매 광고.
SNS에 올라온 마약 판매 광고.

"아이스, 작대기, 차가운 술 팝니다. 국내파, 해외파 함께 할 친절하고 상냥한 파트너가 항시 대기하고 있습니다. 365일 24시간 친절상담"

"작대기, 아이스 전문. 아직도 먹튀에 시달리십니까? 검증되고 안전한 거래 맡겨주세요. 수도권에서 지방까지 안전 거래, 24시간 고객 맞춤 상담, 단골고객 확실한 서비스, 국내 최상의 품질"

아이스, 작대기, 얼음, 크리스탈 모두 마약을 뜻하는 은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들 단어를 검색하면 마약 판매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개정된 법 시행으로 마약 판매 광고만 해도 처벌이 가능해졌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마약 거래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올해도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 아들이 마약 투약으로 물의를 빚는 등 마약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보다 강도 높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관리법 개정안 시행 6개월, 효과는 미미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총 8023명의 마약사범이 검거됐으며 이중 온라인을 이용한 마약사범은 772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7622명, 온라인 마약사범 705명에 비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개정안 시행 이후인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은 411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71명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온라인 마약사범도 418명으로 전년도 572명에 비해 감소했다.

마약 판매 광고만 해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됐으나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것이다. 마약관리법 개정안은 인터넷, SNS, 신문, 잡지, 방송 등을 통해 마약류 판매 광고 및 제조법 게시 등을 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판매 광고보다 처벌 수위가 높은 마약 투약이나 판매 등의 혐의를 적용하다 보니 수치상 온라인을 이용한 마약사범이 적은 것으로 집계된 것"이라면서도 "법령 개정으로 위축된 효과는 있지만 전체 검거인원에서 온라인을 이용한 마약사범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0%도 안 된다"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SNS 등을 통해 올리는 마약 판매 광고를 단속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SNS 등이 대부분 해외 사이트여서 국내법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의 거래는 점점 광범위하고 지능적으로 이뤄지면서 추적이 쉽지 않다. 법 개정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마약 관련 게시물을 실시간 감시하고 적발할 수 있게 됐으나 인력이나 장비, 예산 등 문제로 한계가 있다.

경찰은 현재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에 마약수사대를 편성하고 있으나 마약단속 전담 경찰관은 219명에 불과하다. 범행 현장에 투입되는 인원을 고려하면 현 인원으로 24시간 인터넷과 SNS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약 수사 담당 경찰관은 "나름대로 필터링은 하지만 갈수록 수법이 다양해져 적발에 어려움이 있다"며 "일반적인 사이트에 마약 판매 광고 글을 잠시 게재했다가 바로 지울 경우 미처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다고 광고 글을 올린 사이트를 제재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마약 거래 수법의 진화, 경찰 단속 애로

온라인에서 마약 거래를 인지했다 해도 실제 거래는 은밀하게 이뤄져 단속이 어렵다. 마약 거래는 직접 만나 주고받는 직거래보다 주로 '던지기'로 이뤄진다. 특정 장소에 마약을 두고 가면 구매자가 가져가는 방식으로,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마약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익명으로 거래하기 쉬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만 거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 뿐만 아니라 검찰, 보건복지부, 관세청,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기관 간 다양하고 촘촘한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약 공급이 대부분 해외로부터 이뤄지는 만큼 해외 배송책을 검거할 수 있는 국제 공조수사 필요성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마약 관련 대책 마련을 위한 유관기관간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협조체계를 강화해 마약 판매 광고에 대한 강력한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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