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일자리정부에서 왜 일자리가 나빠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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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성적표 참담한 수준.. '일자리 줄이는 정책'이 원인
현실 외면하면 성공 어려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날(5월 10일) 처음 한 일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드는 것이었다.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후 7개월이 흐르는 동안 일자리 창출을 위해 총력전을 폈다. 다행히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그런데도 일자리 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고용동향은 한마디로 참담하다. 청년실업률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11월 기준으로 가장 높다. 젊은이들이 외환위기 이후 취업하기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취업 사정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일자리가 전년 동기에 비해 30만개 이상 늘어나야 한다. 취업자 수 증가폭 30만명은 일자리 정책의 최후방어선이다. 10월의 증가폭은 27만9000명에 그쳤고, 지난달에는 25만3000명으로 더 줄었다. 새 정부의 일자리 방어선은 무너졌으며 계속 밀리는 중이다.

경제상황은 좋아지고 있다. 성장률이 3%대로 올라서고, 세금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잘 걷힌다. 11조원 규모의 추경도 했다. 냉랭하던 소비심리에 온기가 돌고, 내수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일자리 성적표만 나빠지는 걸까.

경제가 이런 정도라면 정부가 가만 있어도 일자리는 늘어나게 돼 있다. 그런데 사정이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면 정부가 일자리를 까먹고 있다고 봐야 한다. 즉 정부 정책이 일자리가 늘어나지 못하도록 역방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새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 가운데 일자리와 관련성이 큰 분야를 꼽는다면 비정규직 제로화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다. 둘 다 가야 할 방향은 맞지만 기업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너무 급하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부작용이 커졌다. 생산성은 그대로인데 정부가 밀어붙이면 기업들은 버텨낼 재간이 없다.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신규채용을 줄일 수밖에.

경제가 좋아져도 일자리 사정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문재인정부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기 어렵다. 스스로를 일자리 정부로 규정하고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삼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국정 전반에 걸쳐 폭넓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지 못하면 이 모든 노력도 도매금으로 넘어간다.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지금이라도 일자리 정책을 재평가해봐야 한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누가 뭐라 해도 기업이다. 기업을 적대시하면서 투자해서 일자리를 늘려달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업을 껴안아야 한다. 얼마 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LG그룹을 방문해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기획재정부 간부진이 내부 토론회에서 반기업 정책을 접고, 친기업 정책을 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도 재계와의 소통 채널 복원에 나서고 있다. 최근 기업을 껴안으려는 노력이나 인식의 변화 조짐이 엿보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에 치우쳐 현실을 외면한 정책은 성공하기 어려움을 나타낸 말이다.
일자리 정책의 속도조절이 시급하다. 이상과 현실의 타협점을 모색해야 한다. 정책 목표와 수단 사이에 정합성도 따져봐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목표로 설정했으면서 실제로는 일자리를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아닌가.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