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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마크롱, 메이 그리고 문재인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5 17:03

수정 2017.12.25 17:03

[차장칼럼] 마크롱, 메이 그리고 문재인

지난해와 올해 개혁을 기치로 집권한 영국과 프랑스의 두 지도자가 엇갈린 운명의 길을 걷고 있다. 반짝스타로 여겨졌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마크롱은 지난 5월 7일 대선 결선에서 득표율 66%로 승리했지만 취임 100일 만에 36%(여론조사기관 Ifop, 2017년 8월 16일 기준)로 추락했다. 그리고 다시 넉달 만에 잃어버린 지지율을 회복했다. 여론조사기관 오독사의 최신 조사결과에선 12월 54%로 한달 전보다 9%포인트 급등했다.

마크롱의 반전은 과거 정부가 손대지 못했던 노동개혁을 완수하면서 가능했다.
노동개혁은 프랑스의 고질병으로 불렸다. 취임 초 마크롱은 노동개혁과 조세정책 등을 밀어붙이며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노동계 총파업과 의회 반대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의회를 우회한 행정명령을 과감히 실행했고, 이 과정에서 노동계도 끊임없이 설득했다. 지지율이 큰폭으로 하락했지만 개의치 않았고 마크롱식 정치는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제2의 마거릿 대처'로도 불리며 지난해 7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마크롱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집권 1년반 동안 바람 잘 날 없이 보내고 있다. 포퓰리즘에 기댄 정치와 용인술 실패, 갈길 먼 브렉시트 협상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메이 총리는 2020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3년이나 앞당겼지만 지난 6월 선거에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보수당과 노동당의 20%포인트에 달하는 지지율 격차를 믿었지만 승부수가 부메랑이 됐다.

정실인사 논란 속에 돌출행동의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은 끊임없이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데미언 그린 부총리는 성추문으로 사퇴하면서 메이 총리가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미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2차 협상을 앞두고 있는 등 브렉시트도 실타래 풀기가 쉽지 않다. 무역협상 결과 영국 기업 및 노조의 이익이 보호받지 못하면 언제든 리더십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정부도 출범 7개월째를 맞았지만 내부에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지만 지지율에 기댈 한가한 처지가 아니다. 공수처 신설이나 국정원 개혁법 등 주요 대선공약이 해를 넘기게 생겼다. 집권 초반 국정동력이 가장 강할 때 처리해야 하는 게 개혁과제인데 골든타임도 넘기게 됐다. 내년부터는 지방선거와 개헌 이슈에 밀려 개혁과제를 일일이 챙기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기대도 컸지만 1기 내각인선은 7개월 만에 겨우 마무리했다. 국민통합의 과제나 국회 협치도 요원하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는 필수요소이지만 아직 밑그림도 그리지를 못했다. 내부에선 이제 적폐청산은 검찰 손에 맡기고 정권출범의 이유였던 과감한 개혁을 보여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촛불민심이 부여한 개혁과제는 이 정부의 의무이자 숙명이다.

cerju@fnnews.com 심형준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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