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알맹이 빠진 동물보호법 개정안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5 17:07

수정 2017.12.25 17:07

[기자수첩] 알맹이 빠진 동물보호법 개정안

지난 3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동물보호단체들과 동물을 사랑하는 많은 시민들이 열의를 가지고 동물의 권리를 위한 수년간 싸워온 결과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에는 △동물생산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 △동물학대자를 처벌하는 수준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 △동물 유기자에 대한 과태료를 '100만원 이하'에서 '30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개정안은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농림축산식품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들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 3월 국회에서는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하는 동물보호법을 만들었다. 따라서 동물을 몽둥이로 마구 때리거나 쇠사슬에 묶어 매다는 등 동물에게 상해를 주는 행위뿐 아니라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혹서, 혹한, 강제급여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가 아니라는 동물학대를 면죄해주는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동물생산업에서 신설 설치는 금지하지만, 기존 뜬장은 영구 사용토록 하는 것은 물론 동물생산업에서 뜬장의 반려동물들에게 정기적으로 운동할 기회 제공이 없다"며 "이번 농식품부의 시행규칙 입법예고안의 문제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존의 '열, 전기, 물 등에 의한 물리적 방법이나 약품 등에 의한 화학적 방법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도 동물학대 조항에서 삭제됐다.

동물권단체 케어의 임영기 국장은 "농식품부는 축산물을 생산, 가공, 유통을 하는 부처"라며 "이런 곳에서 동물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물보호 업무 담당 부처를 환경부로 옮기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농식품부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시행규칙을 만들고 있다.
동물보호법이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법인 만큼 애초 목적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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