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서초포럼

[여의나루] 기부와 세금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6 17:05

수정 2018.01.02 17:07

[여의나루] 기부와 세금

우리 사회와 기업들의 연말 풍속도가 크게 변하고 있다. 기업별, 기관별로 송년행사의 일환으로 자선성금 모금, 바자회 개최, 복지시설 방문 등이 일반화돼 가고 있다. '자선과 봉사'는 공동체사회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고 훈훈한 생기를 가져다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주관하는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티클럽' 회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퇴직금에서 1억원을 기부했고, 어떤 분은 회갑기념으로, 어떤 분은 자녀 혼사 축의금을, 운동선수들은 우승상금 기부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지도층이 아너스클럽 회원에 동참함으로써 기부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조선후기 대표적인 자선사업가는 경주 최부자와 개성상인 임상옥이다.
경주 최부자의 가훈인 "기근발생 시 집 근처 100리 안에 밥 굶는 사람을 없게 하고, 남의 불행을 이용하여 전답을 늘리지 말라"라는 말은 오늘날 공동체사회의 윤리에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 2010년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이 설립한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자기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전에 또는 사후에 자선기관에 기부하자는 사회환원운동으로 최근에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가입을 발표하였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직간접으로 사회복지, 장학사업, 문화예술 등에 많은 재산을 출연하고 있다. 2015년 국세청에 신고한 기부금액은 약 12조원에 달하고, 많은 자원 봉사자들의 활동은 공동체사회를 따뜻하게 만든다. 가족이나 친지가 아닌 남을 도와주는 '이타주의'는 인간만의 특성이라고 한다.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호모사피엔스(라틴어의 지혜로운 사람)가 생태계의 최상위를 차지한 이유 중 하나는 구성원 간의 '소통능력과 이타주의'라고 한다.

경제불평등의 완화가 시급한 현 시점에서 기부문화의 활성화가 더욱 필요하다. 첫째, 우리 상속세법상 사회공익법인에 기업의 주식 5% 이상 출연이 어렵다. 초과되는 주식은 팔아서 현금으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의 빌 게이츠처럼 거액 주식기부가 제한된다. 우리 사회의 투명성 증대, 선진국들의 공익법인 주식출연 세제 등을 고려,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 근로소득자의 기부금을 '소득공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자영사업자는 이재민 구호기금, 학교기부금 등에 대해 소득공제로 고액기부가 가능하지만, 근로소득자는 '세액공제방식' 때문에 고액기부의 제약, 자영사업자와 역차별 발생, 국제적 기준과도 상충된다. 셋째, 기부금을 수령한 복지법인 등 공익단체의 회계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대다수 기부자들은 공익단체가 기부금을 사적 용도로 남용하는지, 인건비 등에 과다하게 사용하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공익법인의 기부금 지출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강화되어야 한다. 넷째, 개인의 기부대상은 종교단체 외에 학술, 문화예술 등 다양화가 필요하다. 2015년 근로소득자의 기부액은 7조원이다. 이 중에서 종교단체 기부금이 5조원으로 72%를 차지한다. 영국자선지원재단이 발표한 '세계기부지수 2017'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기부참여지수' 순서는 139개 국가 중에서 62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중에서 21위를 차지했다.


기부로 인한 소득세, 법인세 감면액보다 기부액 증가로 인한 사회적 공공이익이 훨씬 크다. 자선과 기부에 대한 세제는 공동체의 사회적, 도덕적, 복지적 측면이 강조되어야 한다.
미래의 시대변화에 맞도록 기부문화 친화적 세제개선의 검토가 필요하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