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비트코인의 진짜 가치는 뭘까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6 17:06

수정 2017.12.26 17:07

[차장칼럼] 비트코인의 진짜 가치는 뭘까

"나도 비트코인에 투자해볼까? 서연이네는 지난해 투자해서 벌써 수십배를 벌었다는데…."

"비트코인이 뭔지는 알아? 최소한 내 돈이 어디에 들어가는지는 알고 해야지."

"그걸 꼭 알아야 하나? 지금이라도 사두면 오를 거라고 다들 난리야."

최근 아내와 나눈 대화의 일부다. 말 그대로 돌풍을 넘어 '광풍(狂風)'이다. 다른 말로는 해석이 안된다. 비트코인을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앞다퉈 '날뛰는 말'에 올라타는 모습이다.

24시간 거래가 이뤄지니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스마트폰에 매달린다. 해킹 피해로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광풍이 가라앉을 기미는 없다.
머잖아 아내도 비트코인 광풍에 휩쓸리고 말 것이다. 이미 쌈짓돈을 털어넣었는지도 모른다.

누구는 비트코인 광풍을 과거의 '닷컴버블'에 비유한다. 닷컴기업들이 자본시장에 등장했을 당시에도 투자자들은 지금처럼 핵심산업으로 성장하리라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2년 후 10만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누구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버블'을 떠올린다. 당시 네덜란드 사람들은 튤립 가격이 오르자 너도나도 튤립을 샀다. 되팔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튤립 수요가 급증하면서 튤립 가격은 50배로 뛰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튤립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튤립 가격은 폭락했다.

문제는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비트코인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블록체인이라는 미래 기술을 사용한 잠재력 있는 화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기술에 대한 이해보다 투기에 집중됐다. 그래서인지 장밋빛 전망에는 모두가 관심을 갖는 반면, 우려하는 목소리는 광풍에 묻혀버리는 느낌이다. 정부가 최근 규제 방침을 내놨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

비트코인 투자자의 상당수는 아내와 같은 사람들이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어떻게 가치가 올라가는지도 모른 채 '남을 따라서' 투자에 나선 이들이다. 비트코인 시장은 내가 수익을 내려면 누군가는 돈을 잃어야 하는 '제로섬(zero-sum)'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돈 놓고, 돈 먹기' 하는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모르고 투자하면 돈을 잃는 쪽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누구의 분석이, 누구의 전망이 맞을지는 알 수 없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그 누구에게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부 기자의 눈에 지금의 비트코인 광풍은 확실히 비정상이다. 수년간 보고 배운 투자의 기준이나 원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투자할 때는 시세를 보지 말고 가치를 보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말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의 '진짜' 가치는 무엇일까.

윤경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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