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종교인 과세, 시행하면서 보완하길

물렁하다는 비판 있지만 과세원칙 확립은 큰 소득

내년부터 종교인들도 세금을 낸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1968년 당시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 과세를 공식 거론했다. 그로부터 꼭 50년이 걸렸다.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불공평 논란이 있지만 종교인 과세 원칙을 세운 것은 큰 소득이다.

사실 개정안을 보면 누더기에 특혜투성이란 비판을 받을 만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기 전에 종교계 지도자들을 두루 만났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1월 개정안을 내놨다. 민감한 사안을 피하려다보니 시행령이 두루뭉술해졌다. 이를테면 개정안은 비과세 범위를 종교단체 스스로 정하도록 했다. 또 '종교활동비' 장부는 세무조사에서 뺐다. 탈루를 해도 정부가 세무조사 전에 미리 수정신고를 하도록 안내하라는 조항도 있다. 깐깐하기 짝이 없는 세무당국이 유독 종교인에겐 물러터졌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자연 반발도 거세다. 18개 단체로 구성된 '소득세법 시행령 개악 저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는 26일 서울.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갖고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극단적인 종교세력의 정치적 압박에 손을 들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들은 형평성을 문제 삼아 위헌소송을 낼 태세다. 이번 시행령이 과연 공정한지 법의 심판을 받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과세를 관철한 것 자체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지난 수십년간 정부와 정치권은 종교인 과세를 귓등으로 들었다. 종교 탄압 논란과 선거를 우려해서다. 그러다 2015년 12월 마침내 국회는 종교인 과세를 규정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시행은 2년 뒤(2018년)로 미뤘다. 올여름까지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김진표 의원을 비롯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시행을 2년 더 연장하는 법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론의 호된 질타 속에 법안은 쏙 들어갔다.

'첫술에 배 부르랴'는 속담이 있다.
종교인 과세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일단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종교인들도 떳떳한 납세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 세금 때문에 종교를 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뀌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