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위안부 합의' 조사와 文정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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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정부 실책 들춰내려다 한·일 협력기반 훼손 안돼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27일 최종보고서를 내놓았다. 한.일 양국이 "협의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게 핵심 골자다. 2015년 2월 28일 박근혜정부가 추구한 합의가 성급했다고 본 셈이다. 그러나 외교부는 합의 파기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 옵션은 제시하지 않았다. 문재인정부가 합의를 깨자니 한.일 협력이 아쉽고 유지하자니 근 5개월간의 TF 활동을 헛수고로 돌려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한 형국이다.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한.일 갈등의 도화선이 될 조짐이다. 보고서에서 "피해자들이 수용하지 않는 한 정부 사이에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했더라도 문제는 재연될 수밖에 없다"고 못박으면서다. 하지만 일본 측은 "양국 정상이 국제사회 앞에서 약속한 합의를 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정부가 당장 합의 무효나 재협상을 선언하지도 않을 거면서 외교 마찰의 불씨만 지핀 격이 됐다. 이에 따라 정부의 선택 여하에 따라 자칫 한.일 관계에 돌발변수가 속출할 참이다. 만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에 제동이 걸리면 북핵 공조나 평창동계올림픽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문제는 국내외에 걸친 논란에도 불구하고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6일 "TF 결과를 십분 수용하되,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피해자, 지원단체와의 소통을 통해 (정책을) 정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015년 합의 당시 위안부 생존자는 46명이었고, 이 중 36명이 합의에 찬성했다. 현재 생존자 32명 중 일본 정부가 제공한 위로금을 수령한 할머니도 24명이다. 이제 와서 이런 진행과정을 되돌리는 것도 난제로 여겨진다. 혹여 내부갈등을 부를까 걱정이 앞서면서다.

그렇다면 전임 정부의 외교적 실책을 바로잡는다는 명분 못잖게 국익이라는 대국도 살펴야 한다.
위안부 합의에 문제가 있다면 뚝심 있게 물밑교섭을 통해 엄중히 다뤄나가면 될 일이다. 어차피 가변적일 수밖에 없는 여론에 휘둘려 한.일 관계 자체를 파탄 낼 이유는 없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등 경제협력 및 북핵공조와는 분리 대응한다는 기조를 이어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