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리비아 송유관 폭발에 유가 급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7 17:40

수정 2017.12.27 20:57

북해산 브렌트유 67.05弗 2년 7개월만에 최고.. 사우디 감축 의지도 한 몫
【 워싱턴.서울=장도선 특파원 송경재 기자】 국제유가가 26일(현지시간) 배럴당 66달러를 돌파하며 2년 반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리비아 송유관 폭발 소식이 지정학적 위험을 상기시키며 유가를 끌어올렸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균형예산 목표안에서 2023년 석유판매 수입이 올해보다 80%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유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시장(ICE)에서 내년 2월 인도분이 배럴당 1.80달러(2.8%) 상승한 67.05달러로 뛰었다. 장중 2015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인 67.1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내년 2월물 역시 뉴욕시장(NYMEX)에서 1.50달러(2.6%) 오른 59.97달러로 마감했다.
2015년 6월 이후 최고치다. 장중 60달러를 찍으면서 2년 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정학 리스크 내년 유가 중대 변수"

유가를 이날 2년 반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도화선은 리비아 송유관 폭발 소식이었다. CNBC 방송은 군대 및 에너지업계 소식통을 인용, 무장 세력이 리비아 동부 에스시데르 항구로 연결된 송유관을 폭파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리비아 국영석유공사(NOC)는 폭발 원인은 아직 확실치 않으며 이번 사고로 하루 최고 10만배럴의 산유량 감소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고는 산유량 감축 조치와 수요 증가로 원유시장의 공급 과잉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돌발적 사고나 지정학적 위험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석유 애널리스트인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송유관 폭발은 "내년 1년 내내 시장을 괴롭힐 지정학적 위험 리스크를 상기시켜줬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석유시장이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최대 변수인 지정학적 위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놓은 상태다.

킬더프는 송유관 폭발은 "명백한 상황 퇴보"라면서 "리비아는 그동안 꾸준히 석유 생산을 지속해왔다"고 말했다. 뉴욕 미즈호증권의 선물 부문 책임자인 밥 야거도 송유관 폭발이 '큰 사건(big thing)'이라면서 가뜩이나 공급이 빠듯한 시장에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우디 유가 인상 강한 의지

리비아 송유관 폭발 소식에 더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종주국인 사우디가 강한 유가 인상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 역시 유가 상승의 바탕이 됐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6년 안에 재정적자에서 벗어나 균형재정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면서 그 바탕이 되는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75달러로 잡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석유 판매 수입이 올해 4400억리얄(약 1조2600억원)에서 2023년에는 8014억리얄로 80% 증가해 10년만에 처음으로 재정흑자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은 유가가 상승하면 할수록 놀라운 속도로 생산을 조절하는 미 셰일석유의 생산 증가가 유가 상승을 잡아먹을 것이어서 유가가 내년에 상승흐름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아부다비 상업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모니카 말릭은 사우디의 석유 매출 전망은 "셰일유산업의 발전을 감안할 때 도전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마틸다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설립자 리차드 풀러튼은 WSJ에 "모든 시선은 2018년 상반기 셰일유 생산에 쏠려 있다.
셰일유 생산량이 내년도 남은 기간 OPEC의 결정을 좌우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jdsmh@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