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희망과 실망 사이의 국회

김호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8 16:49

수정 2017.12.28 16:49

[기자수첩] 희망과 실망 사이의 국회

강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훈훈한' 국회의원 모임이 출범식을 가졌다. 여야 5당 의원 26명으로 구성된 '민심그대로 정치개혁연대'다. 국회 차원에서 논의되던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 등이 좀처럼 합의 도출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여야 의원들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모임의 성과를 떠나 정당과 이념을 뛰어넘어 뜻을 함께하는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 참석자는 "이번 모임 출범이 내용 면에서도 중요하지만 형식 면에서도 또 하나의 큰 전기를 만드는 출범이라 생각한다. 정당 틀을 넘어서 단일한 주제를 가지고 공감하는 국회의원들이 모였으니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는 뜻깊은 출발이 될 것"이라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민심연대의 출범은 12월 임시국회가 정파 간 대립으로 인해 아무 소득 없이 끝날 처지에 놓인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뭄 끝에 단비'라고 할 만하다. 오랜만에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 이유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장소는 국회 본청의 국회의장접견실. '꽉 막힌' 연말정국의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며 여야 원내대표들이 마주 앉았다. 지난 22일 무산된 본회의 일정을 다시 잡아보기 위함이었다. 회동은 1시간가량 이어졌지만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회동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접견실 문 너머로 참석자들의 '고성'이 잇따라 들려왔기 때문이다. 회동을 마치고 나온 참석자들의 반응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빈손'이었다. 안타까움을 넘어 실망이 컸다. 순간, 머릿속에 같은 날 오전 국회 정론관을 찾아 '전기안전법 개정안' 처리를 간절히 호소하던 소상공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국회의 존재이유를 되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국회는 대의민주주의의 상징적인 장소다. 국민들의 일꾼을 자처하며, 국민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모여 국민들을 위한 법과 정책을 만든다.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희망'과 '실망'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예측불허의 국회 모습이 더 이상 보고싶지 않은 이유다. 유독 추운 올겨울, 국민들에게 온기를 불어넣어줄 국회를 바라는 것은 너무 큰 기대일까.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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